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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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학사모’

2006-06-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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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UN 졸업 화제의 3인

두 자녀 홀로 키워온 40대 싱글맘
갱·마약 극복 포스터홈 출신자
학생·남편에‘1인 3역’현역군인


중년의 나이인 43세로 공연예술에서 학사학위를 받게 된 캐롤 히긴스(샌타클라리타 거주)는 19세의 아들과 15세의 딸을 홀로 키워온 편모. 19세의 나이에 결혼했던 그녀의 평범한 삶은 지난 1998년 남편이 심장마비로 급사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35세로 두 자녀와 남겨진 그녀는 2년을 슬픔과 고통에 잠겨 지내다가 2000년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2년을 공부한 후 CSUN에 편입, 이 날 드디어 졸업의 영광을 안았다. 번듯한 직장을 찾기 위한 단순한 목표로 시작한 대학 공부는 청소년기 자녀 양육을 병행해야 하던 그녀에게 어렵기도 했지만 희망찬 새 삶과 자신감, 강한 힘을 같이 선사했다. 아들의 롤러 하키와 아이스 하키 새벽 연습시간과 딸의 댄스 클래스 시간을 공부시간으로 활용했다.
영화와 TV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당면 목표지만 대학원도 진학할 예정인 그녀는 무엇보다 딸과 아들이 “ 나도 엄마같이 되고 싶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한다.
치카노와 아동청소년 개발학과를 졸업하게 된 칼로스 모란(23)은 11세에 어린 동생들과 함께 부모나 친척에게서 버려져 포스터 홈에서 살았다.
그 때부터 갱과 마약에 젖었던 그는 고등학교 때 자신을 따라 싸움질을 즐기고 결석을 밥먹듯 하며 당연히 성적은 꼴찌인 3명의 남동생들과 1명의 여동생을 보며 갱생활을 청산했다. 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고등교육의 진로를 택했던 그의 다음 목표는 USC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더 공부하는 것이다.
이젠 착실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로 변한 친동생들뿐 아니라 그는 주변에 흔히 있는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의 히스패닉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꿈과 의욕’을 심어주는 멘토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들을 위해 일할 계획이다.
크리스 버지엔(31)은 미공군에 입대해서 한국과 일본 아프가니스탄에서 20대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러다 3년 전 CSUN 물리학과에 입학했고 남들보다 1년 일찍 졸업하게 됐다.
현역 군인으로 공부하느라 잠을 아꼈고 여름방학도 쉬지 않았으며 주말도 공부에 매달려 2등으로 졸업하는 성과를 냈다. 졸업선물로 지난 22일 첫 아들을 얻었다. 뉴멕시코 알버커키의 공군기지에서 과학자로 근무하게 될 그는 대학원과 박사학위까지도 마치겠다고 다짐중이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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