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험 의무화’ 판결 영향
시험 통과못한 고교생
4만7,000명 졸업장 못받아
“대학 진학 앞두고 날벼락” 안타까운 사연도 많아
샌타애나 센추리 고교 12학년생 클라우디아 바라간(18)은 지난 1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책에 묻혀 살았다. 덕분에 그의 학업 성적은 고교시절 내내 줄곧 평점 3.5를 유지했다.
졸업 후 장학금을 받고 샌타애나 칼리지에 진학할 예정인 그에게 갑자기 잠 못 이루는 밤이 찾아왔다. 졸업장을 받지 못할 신세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4번씩이나 연속해 졸업시험 영어부문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24일 고교 졸업 예정자들의 졸업시험 통과 의무화 규정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바라간과 마찬가지로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졸업장을 손에 쥐지 못하게 된 고교 졸업 예정자 4만7,000명의 한숨 소리가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메아리치고 있다.
멕시코 태생인 바라간은 “교육부는 왜 학교 성적을 믿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어떻게 지금에 와서 내가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이를 받아들 수 없다”고 항변했다.
주 교육부는 수년 전 고교 졸업 예정자들은 졸업시험을 통과해야만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제정했다. 올 고교 졸업 예정자들이 이같은 규정의 첫 번째 대상자다. 시험은 학생들이 10학년 수준의 영어, 8학년 수준의 수학 실력을 갖추었는지를 묻고 있다.
와츠 소재 듀크 엘링턴 대안학교는 6월 졸업식을 앞두고 35벌의 졸업 가운을 주문했다. 그러나 졸업식에서 정작 이를 입을 수 있는 학생은 20명이 채 못될 것으로 추산된다.
졸업 예정 여학생 가운데 6명은 이미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신분이다. LA의 다른 학교에서 이곳으로 전학 온 일부 학생들의 영어 독해력은 3학년 학생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
이 학교의 교장은 이들에게 “어느 사람이 고교 졸업장이 없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겠느냐”고 질문했다.
교장의 질문은 졸업장을 받지 못하게 돼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된 졸업 예정자들의 얼굴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황동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