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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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

2006-05-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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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

부녀의 정, 차분하게 엮은 가족초상화

선하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게 만드는 일본의 거장 야수지로 오주의 전후 첫 영화로 늘 그가 즐겨 다루는 가족 초상화다. 1949년작 흑백으로 가족간 사랑과 상실을 한숨 쉬듯 묘사한 이 영화의 내용은 요즘에도 실감이 가는 보편적인 것이다.
오주는 만보하는 듯한 속도와 기하학적으로 분명한 화면 구성 그리고 카메라를 눈 높이에 놓고 찍은 타타미 촬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이런 촬영은 관객을 이상적 목격자의 위치에 서게 하고 느린 진행 속도와 이야기와 관계없는 바람이 지나간 거리와 지나가는 기차 및 텅 빈 보도를 찍은 장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한숨 돌려가며 영화의 내적 감정을 흡수하게 만든다.
가족과 희생에 관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정년을 앞 둔 대학 교수 슈키치(오주의 단골 배우 치슈 류)와 그의 혼기가 지난 착하고 아름다운 딸 노리코(오주의 단골 배우 세추코 하라).
아버지는 딸이 시집을 안 가 속으로 걱정을 하나 노리코는 자기 개인적 삶을 희생하고 혼자 사는 아버지를 돌보는 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노리코의 숙모(오주의 단골 배우 하루코 수기모라)가 노리코를 시집 보내고 슈키치를 재혼시킬 마음을 먹으면서 이 한적한 가정에 잔물결이 인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 서술방식으로 우리 모두의 것과 같은 평범한 가정 얘기를 엮어 나가는 오주의 침착한 스타일은 관객을 극중으로 차분히 이끌어들여 그들로 하여금 극중 인물과 함께 웃고 울게 만든다. 오주의 가족 얘기는 늘 변화와 안정간의 균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결국 변화를 인정하는데 희생과 상실을 요구하는 이 변화에의 적응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빨랫줄에 걸려 있는 빨래들, 옷걸이에 결려 있는 옷들 그리고 먼데서 달려오는 기차를 찍은 오주의 영상미야말로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이 영화는 그의 계절 이름을 딴 여러 영화 중 최고로 평가받는다. 부록으로 빔 벤더스가 만든 ‘도쿄-가’가 있다.
40달러. Criter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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