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셀나무/ 가시고기와 우렁쉥이

2006-05-1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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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돌 틈에 알을 낳은 암컷은 자기 사명 끝났다고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그때부터 수컷이 알을 지킵니다. 새끼들이 태어나면 수컷은 자기 머리를 돌에 찧어서 자신을 찢어버리고 죽습니다. 새끼 물고기들은 찍어져 흐물흐물 해진 자기 아버지의 몸뚱이를 먹고 쑥쑥 자랍니다. 문어도 구멍 속에 새끼를 낳은 뒤 45일 동안 일체 먹지도 않고 지킵니다.
우렁쉥이는 새끼가 자기 몸을 파먹게 하며 죽어갑니다. 닭도 3주간 알을 품는 기간에는 전혀 먹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미물의 세계에서도 큰 감동을 주는 희생적인 부모의 사랑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이때 ‘공경’은 히브리어로 ‘키베드’인데 신체장기의 간도 ‘키베드’라고 합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껍데기만 남아 연약하다고, 나보다 배운 것이 적다고 가볍게 여기지 말고 장기 중 가장 무거운 간을 잘 보호하고 지키듯, 부모님
을 무게 있게 섬기라고 주신 말씀입니다. 중국의 백유라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아버님의 회초리를 맞으며 자라 훌륭한 사람이 되었는데 어느 날 자신을 매질하는 아버지의 회초리가 전혀 아프지를 않자 아버지가 늙었다는 것을 깨닫고 통곡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희생하였기에 다음 세대가 존재하게 됩니다. 오늘의 나는 부모님의 사랑과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축복은 부모님과 누군가의 희생을 기초로 세워진 것이 많습니다. 사도행전 16장에 보면 사도 바울과 실라가 열심히 복음을 전하다가 옥에 갇힙니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바울과 실라는 감사와 찬송과 기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나의 고통을 통하여 누군가가 잘 되고 있다면 이것은 감사할 일입니다. 저들의 찬송과 감사와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셔서 감옥 문이 열리고 바울과 실라는 나갈 수 있었지만 그들은 탈옥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도망하면 지키고 있던 간수가 어떻게 될 것을 뻔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탈옥할 수 있는 축복은 간수의 죽음을 담보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축복 누리려고 다른 사람을 짓밟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자신들이 편하기 위해 자녀를 손해 보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끝도 없는 손해를 보면서, 생명까지 우리를 위하여 희생하셨습니다. 부모님도 그렇게 사셨습니다. 편히 쉬고 먹고 살수도 있었겠지만 자식들을 위하여서 기득권을 포기하셨습니다. 자신들은 껍데기로 남아 있으면서 자녀들을 충만히 채워주시기 위하여 사셨습니다. 어버이 주일을 맞아 그동안 부모님을 홀대하고 가볍게 여겼던 것을 회개하면서, 감사를 드리는 우리 자녀들이 됩시다. 오늘도 에셀 나무를 심으며…

글 : 호성기 필라 안디옥 교회 담임 목사
삽화 : 오지연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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