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주니 고맙지 뭐
2006-05-10 (수) 12:00:00
어버이날 기념 행사 참석 한인노인들
기분 좋아. 먹을 거 많고 상품도 주고...
시카고 지역 노인아파트에 사는 박선진 할머니(79)는 어버이날 행사가 그저 고맙기만 하다. 홀로 적적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이야기도 하고 바람도 쐴 겸 오늘과 같은 행사는 꼭 참석하는 편이라고. 가족과 함께 있으면 좋겠지만 박 할머니의 아들은 지금 미국에 없다고 했다. 아들이 선교산데 몇 년 전부터 중국에 있어. 탈북자들 도와주고 하다가 몇 번 중국 감옥에도 가고 해서 연락이 자주 안돼. 어려운 처지의 북한 난민들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아들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그래도 항상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저 몸 건강히 있는 것만 바라는 거지 뭐. 어버이날이라고 해도 (아들이) 경황이 없을 텐데 전화 안해도 할 수 없지.
자식들을 보고픈 마음은 부모라면 모두 갖고 있는 것. 서버브에 산다는 이 모 할아버지 부부는 자녀들과 같이 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할아버지는 한국은 그래도 오늘 같은 날엔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이는 것 같은데 여기는 그런 생각이 별로 없어서 좀 그렇다며 다들 너무 바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이가 들면 애들이 제일 보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아내인 한 모 할머니 역시 어떤 선물보다 반가운 게 자식들 연락이라며 기자 양반도 잊지 말고 부모님께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한 할머니는 서버브에서 시카고까지 버스를 타고 왔다면서 교통 수단도 잘 돼있고 이제 익숙해져서 그리 불편하진 않지만 자식들이 직접 데려다주는 노인들을 보면 아무래도 좀 부럽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샴버그에서 왔다는 이 모 할아버지(81)는 어버이날을 맞아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잘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면서도 여긴 한국처럼 효사상이 많지 않아 조금 아쉽다. 한국이었으면 어버이날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자식들에게 별 기대하지 않고 씩씩하게 사는 노인들도 있다. 자신을 ‘함경도 풍산 아바이’라고 소개한 김영구(79) 할아버지는 자녀들은 다 직장에 나갔다며 각자 인생이 있는데 나는 내 나름대로 재밌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행사가 끝나고 그냥 집에 돌아가겠다는 다른 노인들과는 달리 김 할아버지는 그동안 못가본 다운타운도 돌아보고 배도 한번 타봐야지라며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또 얼마 전 북한에서 보내온 편지와 사진을 보여주고 내가 돌봐야 할 사촌동생들이 있는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힘 닿는 데까지 도울 생각이다. 내가 없으면 어쩌겠느냐며 매사에 의욕적인 자세를 내비쳤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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