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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고아 출신 여자 야구선수 나타샤

2006-04-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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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고아 출신 여자 야구선수 나타샤

캘버리 고교의 야구팀의 유일한 여학생으로 활약하는 나타샤 스미스가 시합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환호·사랑 꿈만 같아요”

핏덩이로 버려져 고아원서 천대받다
LA선교사 양부모 만나 인간성 회복
고교야구팀 홍일점으로 찬사 한몸에

올해 19세인 나타샤 스미스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몇 안 되는 여자 야구선수이며 특히 소속된 캘버리 벱티스트 남자고교 야구팀 35명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LA타임스는 21일 남자선수보다 발빠른 유격수로 그녀는 경기마다 안타를 뽑아내면서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그녀의 삶을 1면으로 조명했다.
그녀는 부모나 주변에서 넘치게 쏟아지는 환호와 사랑이 꿈만 같아서 가끔씩 앉아서 행복한 눈물을 흘린다. ‘이같이 아름다운 삶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 기적(?)이 도대체 믿어지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스미스는 10세까지는 부모도 생일도 이름도 없는 러시아 출생 고아였다. 부모는 ‘살리엘레바’라는 성만 남기고 핏덩이를 버렸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의 한 고아원에서 갖은 폭행과 학대 속에 살아남기 위해 소녀는 말문을 닫고 무조건 복종했다. 사랑, 생일, 부모, 굿나잇 키스나 자장가의 뜻도 몰랐다. 채찍의 아픔과 배고픔, 길고 긴 밤에서 벗어날 희망이라고는 없던 세상은 암흑일 뿐이었다.
흑암에 한줄기 빛이 스며들었다. LA 인근 라 번에 거주하는 선교사 부부 해리와 캐롤 스미스 부부가 그녀를 입양한 것. 1년 준비기간을 거쳐 양부모에게 왔을 때 소녀의 몸은 폭행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였고 머리칼은 이 투성이었다. 아무 것도 배운 것 없는 데다 난독증을 앓고 있었으며 자신은 러시아에서나 미국에서나 무용지물이라는 자조감만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나타샤로 거듭난 그녀는 양부모의 아낌없는 사랑 속에 인간성을 회복하며 주변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삶이 아름답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스포츠, 특히 야구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을 발견했다.
고아원의 부역과 폭행을 이겨낸 덕분인지 그녀는 체력도 강인했고 정신력 또한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이후 나타샤는 고교 야구선수로 승승장구하면서 아울러 아름다운 여고생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틴에이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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