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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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커뮤니티 위한 연주회 열고 싶어요”

2006-04-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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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 심포니 이기 장 악장

호놀룰루 심포니의 단원 구성을 보면 ‘작은 하와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인,한국인, 일본인 등 서로 다른 혈통의 사람들이 모여 각각의 악기를 연주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조화로운 한 목소리로 들린다. 악장(樂長)의 이름으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기 장(사진·Ignace‘Iggy’ Jang)이 든든한 맏형 역할을 하고 있으니 호놀룰루 심포니는 불협화음 낼 새가 없는 것이다.
악장은 오케스트라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대표해 지휘자와 의견을 교환하고 연주곡의 주 선율을 맡는 현(絃) 파트에 기술적인 면을 조언하기도 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대들보라고 불리는데, 이기 장은 벌써 10년째 호놀룰루 심포니에서 이 기둥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턴테이블에 자주 올리셨던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반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이기 장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풍요로운 예술 환경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건너와 인디애나 대학에서 정통 클래식 음악을 익혔다. 그 후 연주활동을 하다가 지난 97년에 호놀룰루에 정착했다.
“워낙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살았지만 제 뿌리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간절해요. 꼭 조만간 시간을 내어 한국어를 배울 생각이예요.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의 시각으로 한국을 알고 싶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이기 장은 하와이 대학교와 푸나후 고등학교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정기적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역 중고등학교를 찾아 미니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연주 활동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호놀룰루 심포니는 명실공히 하와이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 하와이의 예술 커뮤니티에 커다란 줄기 역할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나, 지난해에는 지속된 경제난으로 인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기 장은 “클래식 공연장의 빈 좌석이 늘어나는 현상은 비단 호놀룰루 심포니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클래식 악기와 전자 악기의 복합 예술이라 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가 세계적인 추세이니까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클래식 음악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몰라요. 실험적인 크로스오버도 좋지만, 순수 클래식 음악을 지키고 새롭게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그가 이번 연주곡으로 택한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2번 협주곡>도 “혼자만 알기엔 아까운 곡이란다.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의 1악장은 달콤한 멜로디가 압권인 2악장을 지나 휘몰아치는 듯한 피날레로 이어지죠. 곡의 완성도나 우수함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곡이예요. 제 연주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이 아름다운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또 이기 장은 “‘홈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공연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애착이 커요. 많이 오셔서 저와 심포니 단원들이 준비한 진수성찬을 즐기시길 바랍니다라며 연주회를 사흘 앞둔 설레임을 내비쳤다.


<원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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