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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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할머니 티켓받고 떴다”

2006-04-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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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늦게 건너다 딱지 전세계서 화제

부당성 항의투쟁 전국 뉴스화
교통경찰 비난 전화· e메일 봇물
기거하는 모빌홈엔 연일 보도진

은퇴후 겨울에는 캘리포니아주 모빌홈에서, 여름은 고향인 콜로라도주 록키산 기슭의 세달리아에서 지내는 극히 평범한 노인 메이비스 코일(82·선랜드 거주)이 최근 전국뉴스의 유명인물로 뜨고 있다.
코일 할머니가 전국은 물론 전세계까지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0일 데일리뉴스에서 ‘선랜드의 번잡한 횡단보도를 늦게 건넜다고 받은 114달러 벌금티켓에 대한 부당성 항의투쟁에 코일이 나섰다’는 보도를 한 이후다.
시청과 LAPD에는 ‘지팡이를 짚고 그로서리를 한손에 든 노인이 늦게 건넌다고 교통위반 딱지를 뗀 처사가 부끄럽지 않느냐?’는 비난성 전화와 e-메일이 폭주, 관계자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비난에 시달리던 샌퍼난도 경찰국은 급기야 “티켓은 우리가 아니라 LAPD 경찰이 뗀 것”이라고 이색적 해명을 하게 됐다.
유명 TV토크쇼 ‘엘렌 디제네레스 쇼’는 코일을 직접 출연시켰고 다른 TV프로그램이나 드러지 리포트같은 전국적 블로그, 또 멀리로는 영국 BBC방송, 캐나다 CBC, 프랑스의 프랜치 매거진에서도 이를 크게 다뤘다. 전직 미용사 코일이 전화도 없이 사는 트레일러 한칸에는 날마다 낯선 보도진과 카메라가 몰려들어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처음 그를 기사화한 데일리 뉴스에도 가까운 동네주민에서부터 지구 반대쪽 사람들까지의 전화와 편지가 쇄도하고 있다. 교통경찰의 행동 비난에서부터 코일의 벌금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등까지 가지각색이며 특히 노인층은 ‘침해된 노령자 권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되살리자’고 흥분하고 있다.
당사자인 코일은 “시끄럽게 보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를 운전하지 않는 노인들이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데 이용된다면 이정도 불편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코일에게 티켓을 발부했던 LAPD측은 지난 2월 15일 풋힐 블러버드와 우드워드 애비뉴 교차로에서 발부된 티켓은 코일이 이미 ‘걷지 말라’는 사인이 반짝거릴 때 건너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같은 단속과 티켓발부는 원칙적으로 보행자 생명을 보호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코일은 “녹색신호일 때 횡단보도에 들어섰지만 중간에서 빨간불로 바뀌었다”며 이는 보행이 불편한 노년층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당국의 잘못이라며 벌금을 절대 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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