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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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전사 소식 아직도 안믿어져”

2006-04-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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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근영 중사 유해 도착

“죽은 제 아들을 어찌 땅에 묻을 수 있겠습니까, 제 맘속에 묻어야지요…”
지난 1일 새벽 이라크에서 작전 중에 사망한 한인 김근영 미 해병대 소속 중사(20)의 아버지 김영수씨는 5일 오후 아들 시신이 애틀랜타에 도착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의 죽음 소식이 여태 믿어지지 않은지 제법 담담한 표정으로 임시로 마련된 애틀랜타뷰티협회사무실에 들어선 김씨는 그러나 아들과의 추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깊은 한숨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양 눈가에서 쏟아 붓기 시작했다.
김씨는 지난 1985년 한국에서 하와이로 도미했으며, 이후 살길을 찾다가 LA로 거주지를 옮겼지만 이내 LA 폭동이 일어나 그나마 모았던 모든 재산을 잃고 결국 쫓기듯 조지아 남쪽의 하켄스빌로 이사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곳으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과의 갈등을 참지 못한 아내가 집을 나갔다. 고 김근영군이 10세되던 때인 지난 1995년에 발생한 일이다.
죽은 아들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기 시작한 김씨는 “근영이는 아빠의 말에 잘 순종하던 너무도 착한 아들”이었다면서 “아직도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근영이를 맨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노동절 연휴 때”라며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한 이 못난 아빠를 근영이가 죽어서는 다 용서해 줬으면 좋겠다”며 흐느꼈다.
한편 고 김근영 중사의 장례식 일정은 아직 잡혀지지 않았으며, 장소만 인디언츄레이얼과 로렌스빌하이웨이 인근에 있는 사랑침례교회(담임 홍문공 목사)로 정해진 상태다.

박영섭 한인회장은 이날 오후 전 안전대책위원회 김영우 부위원장집에 마련된 김군의 임시분양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한 가운데 장례에 필요한 모든 절차에 적극 지원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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