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샤토 디켕, 일생에 한번 마셔봐야”

2006-04-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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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카토·아이스와인·소테른·포트·셰리
4~5종이 대표적… 식후의 ‘환상적’즐거움

와인 맛을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한결같이 좋아하는 와인이 있다. 바로 디저트 와인이다.
달콤하고 상쾌한 디저트 와인은 정말 맛이 있다. 포도열매의 새콤달콤한 맛과 매혹적인 과일향이 농축돼 있어 감미롭기가 그지없다.
디저트 와인은 말 그대로 식후에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와인이다. 때로 코스별로 나오는 디너에서는 식전주(aperitif)로 마시기도 하지만 보통은 식후에 마심으로써 입안을 달콤하고 개운하게 정리하여 식사를 마무리한다. 맛 자체가 달기 때문에 케이크, 푸딩, 쿠키, 치즈 등 후식과 함께 먹는데 주의할 것은 디저트는 와인보다 덜 단 것으로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즈는 대개 크리미한 종류(로크포르, 블루 치즈, 고곤졸라 등)가 잘 어울린다.
그런 한편 디저트 와인은 따로 다른 음식이 없이 와인만 마셔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 자체로 훌륭한 디저트가 된다는 말이다. 디저트 와인은 아주 차게 해서 마셔야한다.
디저트 와인은 세계 각지의 포도산지마다 생산하고 있는데 만드는 방법으로 볼 때 크게 4~5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수확기를 지나 나무에 달린 채로 수분은 날아가고 당도가 높아진 포도알을 따서 만드는 가벼운 모스카토(이태리) ▲포도가 나무에서 얼어버릴 때까지 두었다가 압착해 만든 아이스 와인(독일, 캐나다) ▲귀부병으로 쪼그라든 포도알에서 과즙을 추출하는 소테른(프랑스) ▲주정강화 와인들인 포트(포르투갈)와 셰리(스페인) 등이다. 괄호 안의 국가명은 원조가 그렇다는 것이고 지금은 세계 각지의 와이너리들이 다양한 종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중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가벼운 디저트 와인이 모스카토(moscato, 이태리에서는 Muscat)로 캘리포니아에서도 여러 와이너리들이 생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파 밸리의 세인트 수퍼리(St. Supery)의 모스카토를 즐겨 마시는데 나파에 갈 때마다 한두 케이스씩 사다놓으면 부담없이 선물할 때 좋다. 이제껏 내게서 모스카토 선물을 받고 “너무 맛있었다”고 따로 인사를 보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편 디저트 와인 중 ‘황제’로 불리는 최고의 와인은 소테른(sauternes)이다. 프랑스 보르도의 소테른 지역에서 나오는 황금빛 와인으로 세미용(semillon)을 주 품종으로 약간의 소비뇽 블랑과 섞어서 빚어진다. 보르도 강 유역은 안개가 잦고 습도가 높은 지역이라 껍질이 얇은 세미용 포도가 무르익을 때 곰팡이의 일종인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 균이 생기는데, 이 귀부현상으로 인해 포도껍질이 손상되고 건포도처럼 쪼그라들어 당분이 농축된 포도 알로부터 과즙을 추출하여 얻어지는 와인이다.
소테른 중에서는 샤토 디켕(Chateau D’Yquem, 750ml 병당 400~500달러)이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프랑스인들은 일생에 한번은 샤토 디켕과 프와 그라를 먹어보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최상의 음식과 와인 궁합으로 널리 알려진 소테른과 프와 그라는 미국에서도 고급 프렌치 식당에서 첫 코스에 내오곤 한다. 소테른은 로크포르 치즈와도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포트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스페인의 셰리 와인과 쌍벽을 이루는 주정강화 와인이다.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이란 발효중인 포도주에 브랜디를 넣음으로써 발효를 중지시키고 알콜도수를 높인 와인으로 도수가 18~20% 정도로 높다. 맛이 달고 진하며, 병을 연 후에도 한동안 두고 마셔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셰리는 발효가 끝난 후에 브랜디를 넣는다는 점에서 포트와 다르다. 포트와 셰리는 디저트보다 아페리티프로 더 많이 마신다. 이 외에도 마데이라(Madeira), 마살라(Marsala), 베르무스(Vermouth) 등이 주정강화 와인이며 헝가리산 토카이도 좋은 디저트 와인으로 꼽힌다.
다음은 최근 시음해 본 디저트 와인들이다. 디저트 와인은 대개 반병 짜리(375ml)가 기준이다.
▲EOS 2004 Late Harvest Moscato: 파소 로블스의 이오스 와이너리에서 만든 모스카토로 복숭아와 살구, 오렌지 향이 상큼하다. 입안에서 부드럽고 리치하며 당도와 산도의 균형이 훌륭하다. 작년 11월 ‘Wine Enthusiast’ 잡지에서 93점 받았고, 2005년 몬터레이 와인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알콜 10.6% 16.99달러
▲Inniskillin Vidal Ice Wine: 캐나다 산으로 아이스와인 중 가장 유명하다. 비달(vidal) 품종으로 빚어졌으며 복숭아와 파파야, 리치, 탠저린, 오렌지 등의 맛과 향이 아주 정교하고 섬세하게 조화를 이룬 고급 디저트 와인. 44.99달러
▲Chateau Raymond Lafon 2001 Sauternes: 자몽, 파인애플, 바나나, 살구, 레몬, 자두와 꿀맛이 여러 겹으로 조화를 이룬 이국적인 와인. 소테른 특유의 부드럽고 델리킷한 맛이 팔레트에 긴 여운을 남긴다. 29.99달러
▲Taylor’s 1999 Late Bottled Port: 농축된 과일향과 단단한 태닌, 풀바디의 주정강화 와인으로 대개의 포트 와인들이 그렇듯 브랜디의 향과 맛이 강하고 단맛도 매우 진하다. 24.99달러
▲Justin 2004 Obtuse: 놀라운 발견. 100% 카버네 소비뇽으로 만든 포트 스타일의 디저트 와인. 포르투갈 산 포트는 브랜디의 맛과 향이 강해서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저스틴에서 만든 이 디저트 와인은 달콤 쌉싸름한 초컬릿 맛과 함께 농축된 체리, 플럼, 래즈베리 맛이 감미롭다. 가격도 너무나 좋은 10.99달러.


소테른의 황제 샤토 디켕.



테일러스 포트.


이오스 모스카토.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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