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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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91명 소도시 버논 공직자 선거

2006-04-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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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 무더기 도전‘시끌’

50년간 시장·시의원 돌아가며 맡다
25년만에 첫 실시… 선거 2개월 앞두고
타지역인 3명 이사와 전입신고 출사표
최근 수주동안 신규 주민도 50%나 증가


수많은 도시들이 투표 참여율이나 유권자 등록률이 낮아 고전중인 가운데 LA 다운타운의 남쪽의 소도시 버논은 인구의 91%가 유권자 등록을 마치고 오는 11일 시행되는 시장 및 시의원 선거를 기다리고 있다.
버논시의 공식 인구는 단 91명. 이들 중 86명이 이 도시에서 25년만에 처음 실시되는 지역 공직자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유권자 등록을 마쳤다.
또 약 50년 동안 시장과 시의원을 돌아가며 맡아왔던 시장 등 3명에게 약 2개월 전 전입신고를 마친 3명의 외지인(?)이 도전했다. 게다가 60명에 불과하던 등록 유권자를 거의 50%가 증가한 86명으로 만든 신규 주민들도 모두 최근 수주동안 이사한 타지역인들이다.
그중 12명 정도는 유권자 등록 마감일인 지난달 27일 직전에 전입신고를 마쳤다.
따라서 오랜만에 도전을 받은 시장 레오니스 말버그, 시장대행 토머스 이바라, 시의원 마이클 맥코믹스는 “분명히 수상한 음모가 있다”며 갑작스럽게 전입하여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뒤를 캐고 있다. 또 최근 유권자 등록자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며 무더기로 등록을 취소시키기도 하고 선거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방해, 법원의 경고판결을 받기도 했다.
버논시의 선거가 열기를 띠게 된 것은 시 전체 일반예산의 두배가 넘는 1억달러 규모의 현금과 투자액을 시당국이 조종하는 힘을 갖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월초 버논의 한 상업용 빌딩을 주거지로 8명이 한꺼번에 전입됐다.
이들 중 3명이 며칠 후 시의원 후보로 공식 출마했다. 그러자 기존의 시당국자들은 이들이 인근 도시인 사우스 게이트의 재무관으로 결국 시를 파산시키고 유죄평결을 받은 앨버트 로블스 세력의 일부로 버논시를 접수하려 한다는 주장을 펴며 방해공작에 나섰다.
그들에게는 사설탐정들이 붙었고 수도전력국 직원들이 그들 선거본부의 전기를 끊었다. 시 인스펙터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빌딩에 위험건물이라는 빨간딱지를 붙였으며 퇴거에 응하지 않자 경찰과 공무원들이 나와 빌딩에 구멍을 낸 후 이들을 강제 퇴거 시켰다.
시의회는 8명의 유권자 등록을 무효화시켰으며 선거시행 계획을 철회시키고 스스로를 당선시켰다. 그러나 빌딩에서 쫓겨난 후보들은 빌딩 밖에서 텐트를 치고 차에서 자면서 시의원 당선을 관철시킨다는 자세다.
지난달 10일 LA 수피리어 법원의 판사는 버논시 당국이 3명 입후보자의 유권자 등록과 선거자체를 캔슬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 선거가 다시 치러지게 됐다.
버논시에서 공직자 선거가 마지막으로 치러진 것은 지난 1980년대로 당시 은퇴한 소방국장이 시의원에 도전했으나 당선 후 실격 판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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