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격 품질 최고의 와인 샵

2006-04-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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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턴 파인 와인’

나는 와인을 구입할 때 한꺼번에 여러 병을 사다 재어놓고 그걸 다 마시고 나면 다시 한 케이스씩 사러 나가곤 한다. 그런데 우리 집 주변에는 맘에 드는 와인 샵이 없는 게 늘 불만이다.
‘코스코’는 너무 멀고, 작은 와인 샵들은 내 취향과 맞지 않거나 가격이 터무니없고, 일반 마켓은 셀렉션이 너무 안 좋고, 아쉬운 대로 ‘트레이더 조스’나 ‘코스트 플러스 월드 마켓’을 이용하는데 좋은 와인 샵에 대한 욕구불만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집 가까운 곳에 좋은 와인상점이 있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 없다. 그런 점에서 사우스베이, 맨해턴비치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대단히 행복하다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아주 흡족하고 전문적인 와인 샵이 있노라고, 만날 때마다 자랑하는 친지를 따라 찾아가 본 ‘맨해턴 파인 와인’(Manhattan Fine Wines).

맨해턴 파인 와인의 추천 와인
2004 McManis Family Vineyards Petite Sirah, 8.99달러
프티 시라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으로 진한 루비색, 흙 냄새와 함께 약간의 후추 향과 과일 맛, 신선한 산도가 팔레트를 부드럽게 감싼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이 훌륭하기 때문에 에브리데이 와인으로 추천할 만하며 앞으로 2~3년간 숙성하면서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깨끗하고 쾌적하게 정리된 상점 내부에 들어서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이곳은 업주 조 치우파사(Joe Chiewphasa)와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가 특히 인상적이다.(백인 동네 와인 샵의 주인이 타일랜드계라는 점도 평범하진 않다)
와인 샵은 고객관리가 철저해야 하는 비즈니스다. 요즘 와인이 붐이라고는 해도 와인 샵은 주로 단골들에 의해 장사가 유지되기 때문에 그들과 친해지고 취향을 파악해 서비스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맨해턴 파인 와인’이 사우스베이 일대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와인 샵’으로 지난 20년간 명성을 유지해온 비결이 거기에 있다.
“손님들의 팔레트를 잘 기억해 두고 있다가 좋아할 만한 와인이 들어오면 얼른 알려줍니다. 고객들은 그러한 특별 서비스를 좋아하고, 우리 입장에서는 물건 회전이 빠르니까 좋지요. 또 하나 우리 와인 샵의 강점은 ‘핸드 세일’이 많다는 겁니다. 즉 제가 추천하는 와인을 손님들이 많이 산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서비스는 고객이 그의 추천을 믿고 신뢰한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신이 판매하는 와인의 50% 이상을 직접 시음한다는 조 치우파사는 어떤 와인이든지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 그리고 미각 센스를 갖추고 있다.
20여년 전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던 그가 우연히 구입한 두 번째 리커스토어가 ‘맨해턴 파인 와인’이었다. 그때는 와인 전문점이 아니었는데 일찍 눈을 돌려 와인을 공부해 가면서 비즈니스를 일궜다는 그는 “동네가 좋은 것도 한 몫 했다”고 밝힌다. 와인을 좋아하고 잘 아는 주민들이 많아서 고객의 대부분은 집에 셀라를 갖고 있을 정도라는 것.
백인동네 와인 샵이라 가격이 셀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다른 어떤 지역의 샵들보다 싸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떤 와인은 내가 이제껏 본 가격 중 가장 싸게 매겨진 것도 있고, 중저가 와인들은 대부분 코스코 수준으로 가격이 좋다.
이 와인 샵의 또 하나 매력은 ‘편집 매장’처럼 좋은 와인, 잘 아는 와인, 유명한 와인들을 많이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와인 샵은 아무래도 업주의 팔레트와 취향에 치우친 와인들을 취급하기 쉬운데 이곳은 특히 ‘캘리포니아의 평균적인 와인 애호가’들이 좋아할 만한 와인들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와인들도 종류 별로 찾을 수 있다.
와인 샵 내에 프리미엄 와인들만 모아놓은 방이 있는데 그 곳에 들어가면 눈이 돌아간다. 보르도 그랑 크루들이 즐비하고 샤토 디켕 소테른은 물론이요, 세계에서 맛 좋기로 유명한 고급 와인들이 사이즈(750ml, 매그넘, 3리터, 6리터 등) 별로 있으며 ‘크리스탈’처럼 구하기 어려운 고급 샴페인들도 잔뜩 쌓여있다.
아시안 중에서는 일본인이 꽤 많이 찾아온다고 말한 조는 “요즘 아시안들 사이에 테킬라가 뜨고 있다”며 여러 종류의 테킬라와 함께 한인들이 좋아하는 위스키도 많이 구비하고 덧붙였다.
한편 맨해턴 와인 샵은 건물 뒤편 창고를 와인 셀라로 개조, 고객들에게 와인보관 라커룸으로 대여해주고 있다. 사이즈 별로 한달 사용료가 40~100달러인데 40여개의 라커룸이 거의 매진상태다.
맨해턴 파인 와인의 주소와 전화번호는 1157-A. Artesia Blvd. Manhattan Beach, CA 90266 (310)374-3454


<글·사진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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