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뺏기고도 발만 ‘동동’
2006-03-14 (화)
깨어진 국제결혼 커플‘자녀 해외납치’빈번
생모가 출신국으로 동반 잠적
양국간 범인인도협정 체결안돼
찾는다 해도 강제송환 어려워
필리핀 7건 포함 약 1,000건이나
국제 결혼한 가정이 파국을 맞으면서 부모중 한 명이 공동 양육권자의 허락 없이 자녀들을 자기 출신국으로 데리고 가 잠적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무부는 현재 필리핀 여성이 미국 시민권 남성 배우자 사이에 낳은 자녀들을 필리핀으로 데려가 버린 7건을 포함한 약 1,000건의 부모의 자녀 납치건을 수사하고 있다.
국제결혼과 이혼의 증가 부작용으로 자녀 해외 납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양국의 법률, 문화, 언어 등의 장벽 때문에 자녀를 잃고도 속수무책 속만 썩는 미국인 배우자들이 많다고 LA타임스가 13일 존 리 스미스(48·샌디에고 거주)의 사례를 인용,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스미스는 필리핀 여성 프란시나 페르난데즈와 이혼한 후 공동 양육권을 가지고 기르던 6세 큰아들과 5세의 쌍둥이 아들의 소식을 2004년 10월28일부터 듣지 못한 채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
생모가 법원 명령에도 불구하고 세 아들을 데리고 필리핀으로 떠난 후 소식을 끊었기 때문이다. 출라비스타의 엄마와 살고 있던 페르난데즈는 출국 일주일 전 세 아들을 데리고 뉴질랜드 휴가를 떠난다고 통보했고 법원은 그녀에게 캘리포니아주외 여행을 금지하고 24시간 내 여권을 넘기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수일 후 그녀의 엄마는 딸과 손자 등 4명이 실종됐다고만 신고했다.
미국 연방법은 납치혐의로 수배된 페르난데즈를 자녀납치 중범혐의로 기소하고 최고 3년형까지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는 양육권 분쟁 당사자중 한명이 자녀를 데리고 가는 것은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또 필리핀과 미국은 범인인도 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는 상태.
따라서 FBI가 페르난데즈와 세 아들 소재를 성공적으로 찾아내도 강제 송환은 요원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필리핀 당국과 미국 내 영사관측에서도 자녀를 납치한 용의자를 필리핀에서 찾아내려는 미국 당국 수사에 협조를 다짐하고 있지만 자국민의 정서나 또는 국내법과의 상충 등이 어려운 과제임도 아울러 인정하고 있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