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맞는 사람끼리 노년을”
2006-02-28 (화)
팔순의 12명 ‘소규모 실버타운’ 화제
오랜 친구사이로 5년전부터 본격 준비
부지매입서 설계까지 함께 타운홈 건설
서로 돕고 의지 외로움 없어 대만족
평균 연령 80세의 오랜 친구 12명이 스스로 조성한 소규모 실버타운에 입주해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노년의 삶을 만끽하는 내용을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베이비 부머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약 10년 전부터 노령자들의 공동생활체가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데이비스에 마련된 ‘글래셔 서클’(Glacier Circle)이 최초의 ‘스스로 만들어낸 실버타운’(self-planned housing development for elderly)이라고 소개했다.
글래셔 서클은 주택개발업체가 대규모로 조성하는 기존 실버타운 개념과는 달리 소규모의 입주희망자들이 스스로 부지 매입부터 조닝 변경, 주택 건축과 세부 디자인에서 자치적 운영 규칙까지 모두 함께 만들어낸 노년 공동체다. 탄생 준비기간은 약 5년이 걸렸다. 참여한 12명은 오랜 지기로 네 커플 8명과 두 명의 미망인, 두 명의 독신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은퇴한 채 가깝게 지내던 12명은 ‘외로운 노인들끼리 서로서로 돕고 의지하자’는 뜻의 자치 공동생활체를 구상, 5년 전부터 부지 매입에 들어갔다. 이들은 건축 허가나 조닝 변경, 또 설계 등에도 다 함께 참여하여 결과적으로 입구가 서로 바라보이는 8동의 타운하우스를 건설하고 최근 입주를 마쳤다.
입주한 소감은 대만족. 자칭 ‘파트락 유토피아’(potluck utopia)인 글래셔 서클의 멤버들은 “비슷하게 나이 든 오랜 친구들이 자식보다 두터운 유대관계를 맺고 비슷한 취미생활 패턴을 갖고 살기 때문에 외로움과 고독감이 훨씬 덜하다”고 말하고 있다.
80대의 나이로 배우자나 자식 등과의 사별 등 고통스러운 과거나 상처를 한두 개씩은 가진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케어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를 앉아서 누가 해주길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이들의 특징.
이들은 8동의 주택 외에도 대형 리빙룸과 부엌시설과 식당이 있는 공동주택을 건설 중에 있다. 이 공동주택의 2층에는 ‘긴급 유사시 도움을 줄 수 있는’ 간호사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할 예정이다.
한편 1990년 초부터 붐이 일고 있는 은퇴 노인들을 위한 실버타운 건설은 1960년대 후반에 덴마크에서 들여온 노령자 자치공동체 개념으로 1991년 처음 시범마을이 생긴 이래 현재 82군데가 운영되고 있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