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화회관 꼭 건립되길...”

2006-02-15 (수) 12:00:00
크게 작게

이원성옹 죽음 앞둔 병상서 성금 기탁 감동


세상과의 이별을 눈앞에 두고도 문화회관건립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너무나 뜨거웠다. 9년을 매일 같이 깡통을 모아 모은 돈 314달러를 건립 기금으로 쾌척했던 이춘택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못지않게 문화회관에 관심을 쏟았던 남편 이원성 할아버지(71).

그가 위암에다 식도암, 간암 판정까지 받고 팔을 들 기력조차 없는 힘든 상황에도 불구 문화회관 건립 기금으로 120달러를 기탁했다. 지난 6개월간 매달 20달러씩 모아‘언젠가는 문회회관건립위원회 장기남 회장에게 전달해야지’ 하고 품고 있던 금액이었다.


원래 당뇨가 있었지만‘병원에 한번 가보라’는 주위의 권고를 그토록 무시하고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단 한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던 이 할아버지. 그가 갑자기 쓰러진 것은 지난 2월 6일이었다. 너무나도 다급하고 당황한 마음에 이춘택 할머니는 남편을 곧바로 스웨디시병원 응급실에 입원을 시켰고, 이후 수술을 받긴 했으나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의사의 말이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이 할아버지는 팔에 링겔과 영양 공급용 호스를 끼고 얼굴에는 산소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연신 어디 아픈데도 없고 불편한데도 없다”며 할머니를 안심시키는 모습이었다. 할머니 또한 남편을 간호하느라 지난 6일부터 의자에 앉아 이따금씩 졸기만 할 뿐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해 기력이 있는 편도 아니었다.

장기남 위원장이 병원을 방문했던 13일은 문화회관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이 다시 한번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정오쯤 갑자기 힘을 잃고 의식을 놓쳐버리기 시작한 할아버지는 거의 마지막을 맞는 듯 했다. 준비는 했지만 기어이 오고만 상황에 할머니는 당황했으며 의료진을 부르고 또 신부님을 불러 종부성사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종부성사를 마치자 마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금방이라도 생을 마칠 것 같은 이 할아버지가 신부의 손길이 닿고 나서 다시 기력을 회복,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힘은 적지만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할아버지는 그 힘으로 직접 수표에다가 본인이 금액과 수취인을 기입, 장기남 회장에게 직접 건넸다. 할아버지는‘빨리 나아서 할머니와 함께 깡통 주우러 다니셔야죠’하는 질문에 흐뭇하기만 한듯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는“회관 건립 사업이 시작됐을 때부터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완성되는 것을 직접 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은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이 할머니는 “외국 땅에서 한인문화회관을 짓는 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라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본인이 매달 20달러씩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성 할아버지는 서울 출생으로 한국에서는 미8군 자재과에서 근무했으며, 오만 대사관 등을 거쳐 12년전 시카고로 이주했다. 슬하에 두 아들과 입양한 딸을 두고 있다.

<박웅진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