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인 붐 타고 와인 바 대유행

2006-02-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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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와인 붐에 힘입어 갑자기 와인 바(wine bar)가 많아지고 있다고 LA타임스가 지난 달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특히 지난 한해 동안 ‘우후죽순’이라 해도 좋을 만큼 와인 바들이 LA 곳곳에 문을 열었는데 올 상반기에 오프닝을 앞둔 곳도 여러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인타운에는 아직 와인 바라고 할만한 곳이 없지만 한국에서도 이미 몇 년전부터 와인 바가 대유행이다. LA의 와인 바 역사는 3년 남짓, 아주 짧은 편이다. 2002년에 문을 연 A.O.C.(3가와 크레센트 하이츠)와 베니스의 프리미티보(Primitivo)가 이 방면의 대부라고 불릴 정도로 와인 바는 새로운 바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데 특히 요 몇 년새 와인에 열광하기 시작한 젊은 앤젤리노들의 와인 소비가 급증하면서 이같은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머잖아 동네 코너마다 커피샵 생겨나듯 와인 바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잔으로 팔기 때문에 여러 종류 저렴하게 맛 볼수 있어 큰 매력
2002년 A.O.C.와 프리미티보가 시초… 패사디나 성업중

6개월전 오픈한 로스펠리즈의 비노테카 팔랄라(Vinoteca Farfalla), 스튜디오 시티의 넥스트 도어(Next Door), 스페인 와인만 서브하는 3가 페어팩스의 보데가 드 콜도바(Bodega de Cordova)를 비롯해 미드 윌셔의 로얄(Royale), 웨스트 할리웃의 빈(Bin) 8945, 바인 스트릿의 루(Lou) 같은 곳들이 신생 와인 바들이다.
특히 패사디나에는 와인 바들이 앞다투어 생겨나고 있는데 이미 성업중인 보데가(Bodega) 와인 바와 E’s 와인 바 외에 3개월 전 라 마셰라(La Maschera), 크레페 바인(Crepe Vine), 마들렌(Madeleine’s Wine Bistro)이 한꺼번에 문을 열고 성업중이다. 패사디나는 리커 라이센스 취득이 LA나 샌타모니카보다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와인 바의 좋은 점은 와인을 잔(glass)으로 팔기 때문에 조금씩 여러 종류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쉽게 사 마시기 힘든 고급 와인들을 쉽게 맛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와인 바들은 20~30여 종류의 와인을 서브하는 곳으로부터 100종류 이상을 매일 바꿔가며 새로운 와인을 선보이는 곳, 또 와인 리스트가 프랑스산에 치우친 곳으로부터 이태리 포도주를 강조한 곳, 캘리포니아 와인을 주로 갖춘 곳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
많은 와인 바들이 10~15달러에 3~4 종류의 와인을 비교하며 마셔볼 수 있는 세트 메뉴를 제공하고 있어 와인을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로서는 여러 와인을 한자리에서 맛보고 비교할 수 있으면서 서로 의견도 나눌 수 있는 사교의 장으로 각광받을 만하다.
와인 바의 음식 메뉴들은 당연히 안주 스타일이다. 요즘 한창 많이 개발되는 작은 퓨전 요리들, 타파스라 불리는 애피타이저 스타일의 양이 작은 요리들과 치즈 플레이트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와인 하면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격조있는 식사를 할 때나 주문하는 음료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재미로 맛보고 즐기고 사교하는 캐주얼 음료의 이미지로 바뀌어 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갑자기 양산되는 와인 바들의 문제점은 와인을 제대로 서브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LA타임스도 이 점을 지적하면서 서브하는 웨이터들이 자기가 따라주는 와인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경우도 흔하고 온도에 맞지 않게 서브한다거나, 잘못된 설명이 붙어있기도 하며, 빈티지를 아예 적어놓지 않아 진지한 와인 드링커들을 실망시킨다고 전했다.
나 개인의 의견으론 와인이란 오래된 친구같은 술이다. 캐주얼보다는 클래식이고, 즉흥보다는 성숙이다. 와인은 시간을 두고 음미할수록 맛이 더 무르익고 그 향기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와인을 준비하여 좋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마실 때에야 같은 와인에서도 최고의 맛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와인 바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A.O.C.와 같이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 가보면 그렇게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과연 얼마나 와인을 인조이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스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담 없는 분위기에서 여러 가지 와인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와인 바만큼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 LA 지역 와인 바

▲A.O.C.: 8022 W. 3rd St., LA (323)653-6359
▲Bodega Wine Bar: 260 E. Colorado Blvd. #208 Pasadena (626)793-4300
▲Cobra Lily: 8442 Wilshire Blvd. Beverly Hills (323)651-5051
▲Monsieur Marcel: 6333 W. 3rd St., LA (323)939-7792
▲Primitivo Wine Bistro: 1025 Abbot Kinney Blvd., Venice (310)396-5353
▲XO Wine Bistro: 1209 Highland Ave., Manhattan Beach (310)545-3509
▲Bodega de Cordova: 361 S. Fairfax Ave., LA (323)951-1969
▲Crepe Vine: 36 W. Colorado Blvd., # 1, 2 Pasadena (626)796-7250
▲La Maschera Ristorante: 82 N. Fair Oaks Ave., Pasadena (626)304-0004
▲Madeleine’s Restaurant & Wine Bistro: 1030 E. Green St., Pasadena (626)440-7087
▲Next Door Tapas Lounge: 11814 Ventura Blvd., Studio City (818)985-9222
▲Sopra Sputini & Bar: 8840 Beverly Blvd., West Hollywood (310)492-0880
▲Vinoteca Farfalla: 1978 Hillhurst Ave., LA (323)661-7365
▲Zinc Bar: 1221 N. Valley Dr., Manhattan Beach (310)546-4995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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