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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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갈수록 허리휜다

2006-02-0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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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개스비 폭등 불구 봉급인상 9년래 최저

회사원인 박모씨는 요즘 삶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개스비 등 물가가 자꾸 치솟자 그는 얼마전 급여와 지출액을 계산해봤다.
연봉 5만5천달러인 그의 한달 수입은 4천달러 남짓. 매달 내는 모기지만 주택 1천800달러, 자동차 2대에 월 1천1백달러가 들었다, 여기다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에 유틸리티 비용을 더하니 마이너스였다.
옛날 한국에서 벌어놓은 돈을 까먹고 산다는 박씨는 “뼈빠지게 일해 적자 인생을 산다니 한심한 생각밖에 안든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월급장이들의 삶이 점점 더 고달파지고 있다. 월급 인상률이 물가 오름세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월급장이의 한숨은 연방 노동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미국 전체 월급과 베니핏 인상률은 3.1%로 최근 9년 사이에 가장 낮았다.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소득은 오히려 0.3%가 줄어든 셈이다. 1996년 이후 실질 임금이 줄어든 건 처음이다.
여기다 직장들은 원가 절감 차원에서 각종 복지혜택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의 경우 매년 인상되고 있지만 현실 수가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 부담액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고용주가 직원들에 지급한 베니핏 비용은 4.5%가 늘어났지만 이는 2004년 6.9%, 2003년 6.3%에 비하면 현저히 축소된 것이다.
공무원인 이모씨는 “물가는 오르는데 벌이는 그대로이니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 매도 빠듯하다”며 “다른 부업거리가 없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궁여지책으로 부인이 취업전선에 나서거나 남편이 투잡을 뛰는 등 방법을 찾고 있으나 이도 여의치만은 않은 형편이다.
회사원 남편의 급여에만 의존해오던 30대 주부 김모씨는 지난해 가을 어느 미국 회사에 취업을 했다. 가계에 숨통이 트일까 하던 김씨의 기대감은 한달만에 사그라 들고 말았다.
아이 둘을 맡긴 베이비시터 비용에 출퇴근하는데 드는 개스비, 의상비등을 빼고 나니 월급에서 남는 게 별로 없었던 것이다.
다시 주부로 돌아온 김씨는“출퇴근 전쟁에 시달려 몸은 피곤하고 아이들에는 소홀해 미안했는데 그만두니 차라리 속이 편하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한 경제학자는 “샐러리맨이 월급만으로 기본 생활 유지가 안될 때는 조직의 안정성은 물론 사회의 건강성이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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