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가 수갑 찬 마이크(가운데)와 멜퀴아데스의 사체를 끌고 멕시코로 가고 있다.
(The Three Burials of Melquiades Estrada)
★★★★½(5개 만점)
사살된 불체자 귀향길에…
인간의 중요성·속죄와 구원 담은
통찰력 있는 서사시적 웨스턴
내용과 분위기와 톤 그리고 자연풍경과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까지 마치 작고한 거장 샘 페킨파(와일드 번치)의 후기작을 연상케 하는 거칠면서도 너그럽고 또 통찰력 있는 서사적 웨스턴이다. 폭력이 있으면서도 철학적이요 명상적인데 텍사스와 멕시코를 무대로 전개되는 얘기는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의 중요함과 속죄와 구원에 관한 것이다.
나무랄 데 없이 뛰어난 영화는 텍산인 배우 타미 리 존스가 주연하고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그가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각본상도 받았다. 각본을 쓴 사람은 멕시칸인 기예르모 아리가. 아리가의 전 작품들인 ‘개 같은 사랑’과 ‘21그램’에서처럼 플롯이 절단됐고 얘기의 흐름이 마구 뒤섞여 진행된다.
텍사스와 멕시코 접경지역의 미국측 한 작은 마을. 이 마을에 섹시한 아내 루스와 함께 세상 철이 덜 든 젊은 국경순찰대원 마이크(배리 페퍼)가 부임한다. 그런데 마이크가 실수로 불체자인 멕시칸 목장노동자 멜퀴아데스(훌리오 세사르 세디요)를 사살하면서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마이크는 멜퀴아데스의 사체를 외딴 곳에 묻어버리고 이 불체자의 죽음은 흐지부지 처리된다. 이에 분노하는 자가 멜퀴아데스를 고용한 뒤 서로 친구가 된 목장의 십장인 피트(리 존스). 피트는 법이 사건을 얼버무리자 자신이 직접 정의실현에 나선다.
우선 피트는 마이크를 납치해 멜퀴아데스의 사체를 파내게 한 뒤 그것을 말에 싣고 수갑을 채운 마이크 등 셋이 함께 멕시코로 향한다. 생전 멜퀴아데스에게 다짐한 고향에서의 매장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피트가 마이크와 멜퀴아데스와 함께 멕시코로 향하는 긴 로드무비(가는 길도 느리고 멀지만 연출방식도 그렇다) 영화는 극적 재미와 서스펜스를 더해 간다. 피트는 이 여행에서 마이크를 혹독하게 다루며 인간과 인생에 관해 무지한 젊은이가 생명의 귀중함을 깨우치도록 다그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블랙 코미디 같은 사체에 관한 우스운 묘사와 함께 쇼팽의 피아노 음악까지 나오는 아름다운 시 같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거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사막과 산야를 찍은 촬영이 수려하고 고목껍질 같은 얼굴을 한 리 존스의 과묵하고 깊고 묵직한 연기가 뛰어나다. 다른 배우들도 모두 잘 한다. 인간조건에 관한 자비로운 관찰이다.
지난 연말 오스카상 후보자격 조건을 갖추기 위해 1주일간 개봉 됐었다.
R. Sony Picture Classics. 이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15(310-289-4AMC), 모니카(310-394-974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갤러리아 스테디엄16(818-501-5121), 빌리지3(800-FANDANGO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