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태권도 대중화 우리가 맡는다

2006-01-2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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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휘트니스 태권도 클래스 한인여성사범들


19일 빌라 팍에 소재한 밸리 휘트니스 센터 내에서는 검정색 태권도 도복을 차려입은 젊은이들의 힘찬 기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굵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훈련에 열중하던 이들은 시카고 인근 밸리 휘트니스 센터의 태권도 클래스 ‘사범님’들. 날렵하고 다부진 체격을 지닌 대다수 남자 사범들 사이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조그만 체구인 한인여성사범 3인방 정효영(28, 마운트 프로스펙트 지점), 신영애(25, 멜로스팍), 박지영(28, 웨스트 샴버그)씨였다.


Sit up? Shut up!!


한국의 계명 대학교 태권도 학과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졸업 후 태권도장에서 사범으로 생활하다가 2004년 말경 처음 시카고로 날아왔다. 캐나다에 있는 태권도 도장에서 사범생활 경험이 있었던 정효영씨를 제외하고 영어를 사용한 대화 경험이 거의 없던 신영애, 박지영씨는 “처음엔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고생했다”며 “그 때문에 웃지 못 할 일도 많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신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어린 학생이 수업 중에 어떤 얘기를 했는데 제가 못 알아들어서 그냥 ‘안돼’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조금 후에 아이가 울기 시작하는 거에요. 나중에 알고보니 화장실을 간다고 손을 든 거 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영어를 사용한 경험이 있던 정효영씨도 자신의 수강생들에게 윗몸일으키기를 하라며 ‘싯업 (Sit up)’이라고 말했으나 수강생들에게는 ‘닥쳐!(Shut up)’로 들려 “왜 선생님이 욕을 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1년여가 지난 지금은 셋 모두 영어에 익숙해져 수강생들과 농담도 주고받는다고 한다.


작아 보여도 100명의 매스터

각자 밸리 휘트니스 센터 각 지점의 태권도 부를 맡아 사범은 물론 회원관리까지 직접하고 있는 이들은 보통 1백명에서 1백50명 가량 되는 회원들의 매스터로 통한다. 이들에 비해 2, 3배의 몸집을 지닌 거구의 성인 남성들도 매스터 앞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90도로 인사하는 것은 물론 말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것이 철칙이다. 또한 TV에서만 보던 멋진 발차기를 해보는 것이 소원인 학생들에게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온 사범들은 글자 그대로 ‘매스터’로 존경받는다.


데이트 할 시간 없어도 보람 느껴

동료 사이였던 김우종 사범과 웨딩마치를 올린 박지영씨를 제외하고 정효영, 신영애씨는 아직 싱글이다. 정씨는 일이 너무 바빠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만날 시간도 없다고 한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수업까지 끝내고 돌아오면 녹초가 돼요. 주말에는 집에서 쉬기 바빠서 데이트할 시간도 없죠 뭐(웃음)” 정씨의 하소연이다. 매일같이 바쁜 생활이 계속되지만 이들은 태권도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박지영씨는 “처음에는 주위가 굉장히 산만하고 가르치기가 힘들었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내 학생으로 변하고 태권도에 대해서 알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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