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룩한 마약”

2006-01-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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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인칼럼/송철웅 목사(헤브론교회)

“거룩한 마약”
송철웅 목사(헤브론교회)

오랫동안 기다렸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하여 흥분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던 중 지난 금요일 막내아이 은철이가 아침에 학교 가기 전 가슴을 부여안고 고통스러워한다.
아내가 다급하게 아이를 싣고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한쪽 폐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 위험한 지경이라는 기막힌 소리를 한다. 즉시 의사가 달려오고, 폐 주위의 공기를 뽑아내기 위하여 옆구리를 뚫고 커다란 튜브를 꼽는 수술을 준비했다.
그런데 마취주사를 놓자 사르르 눈을 감고 잠이 들거라 생각했던 은철이가 정신이 더 말짱하여 계속 종알대는 것이 아닌가! 의사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우리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까지 한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그런데 의사는 정신이 말짱하여 종알대고 있는 아이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후비며 줄줄 흐른 피 사이로 튜브를 밀어 넣는다. 그런데 아프다고 비명 지를 줄 알았던 은철이가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여유 있게 웃으며 계속 수술하는 의사들과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 끔찍한 장면을 차마 보지 못하고 아내는 커튼 뒤로 숨는다 .
수술이 끝난 후 얼마 지나자 은철이가 수술이 다 끝났느냐고 묻는 것이다.
알고 봤더니 마취주사를 주는 순간부터 정신이 말짱한 것처럼 말도 하고 의사와 농담도 주고받기는 하였지만 전혀 기억조차 못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
나는 마취주사(마약)의 능력을 그때야 실감할 수 있었으며, 인간의 정신과 의식까지 지배하는 힘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과거 공산당들이 기독교를 오해하고, 악평하여 아편이라고 표현하며 두려워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렇다! 기독교는 거룩한 아편이다! 세상을 치유하고, 어둠의 죄악을 수술하기 위해서는 결코 이 땅에 없어서는 안될 거룩한 아편이요, 세상의 아편과는 결코 비교할 수도 없이 강력하게 인간의 육신과 영혼을 지배하는 능력이 다.
만일 이 약이 없다면 세상은 당장 에라도 온통 아픔의 절규와 고통의 신음소리뿐인 어둠의 세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리스도의 능력은 어둠의 세력을 뚫고, 젊은 영혼들을 마비시킨 죽음의 세력을 지배하는 능력이다.
죽었던 영혼들을 회복시키는 부활의 능력이다.
나는 오늘도 이것을 증거 한다.
무엇이 로마시대 굶주리던 사자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찬양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던가?
무엇이 피 흘리는 인생의 고통과 몸부림 속에서 우리를 담대하게 만들고, 당당하게 인생의 고난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되는가?
무엇이 삶의 고통까지도 기쁨으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가?
무엇이 부서지고 깨어진 인생을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인가?
오직 우리의 삶과, 의식과 영혼까지 지배하는 강력한 그리스도 의 능력뿐이라고 확신한다.
고통스럽고 아플 때 성경을 묵상하며 미소 보내는 아들을 바라보며 나도 환한 미소로 답한다.
옆구리에 튜브를 꼽고 일주일이 넘게 견디고 있는 내 아들의 고통이 그의 인생 속 에 결코 지워지지 않는 십자가의 흔적이 되게 해달라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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