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술에 소질있는 학생이란?

2006-01-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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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종 원장(발상과 표현, 화가)

따르릉!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미술 대를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서 온 상담전화다. 첫 번째 그들 질문은 과연 미술대학을 가길 원하는 학생이 예술적으로 소질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거다. 그들 중엔 어렸을 적부터 미술교육을 철저히 받고 훈련된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 단지 대학이 라는 어려운 문을 들어가기 위해 다른 전공보다 쉽다고 생각하는 미술대학을 지원하려 고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정말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고 디자이너나 화가가 되고 싶어서 미대를 갈려고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특별히 미술에 소질이 있는 천재적이 아이들을 발견하곤 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들에겐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뚝딱뚝딱 하나의 훌륭한 작품을 완성하곤 한다. 반면에 어렸을 적부터 미술교육을 철저히 받아온 학생들은 뭔가를 깊이 생각하고 과연 자기 작품이 기존 미술 교육의 틀에 맞는지 안 맞는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겨우 재미없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학생들도 있다.
필자가 미국대학에서 Drawing 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하루는 한 학생이 내 office 로 찾아와서 Drop 을 할 테니 나의 signature 가 필요하다는 거 다. 학생이 듣는 Drawing 1 코스는 미대를 졸업하기 위해선 꼭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인데 왜 Drop 을 해야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는 형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단다. 자기 눈엔 3D물체를 2D인 평면에서 3D로 보이게 큼 하는 Value (명암도) 가 보이지 않고 그걸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다. 이 학생에겐 미술기초가 필요했던 것이다. 미술 대학까지 입학허가를 받았던 학생이 미술기초인 데생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미국 미술교육에 막 실망을 하고 있었는데 그 학생에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그 학생이 그린 데생을 보니 선(Line) 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어느 누구랑 비교 조차 할 수 없는 독특한 화체 와 표현능력과 개성을 보고 계속 수업을 듣도록 용기를 주었다. 지금은 이 학생은 뉴욕에 있는 갤러리에서 일하고 있고 작품활동을 활발히 하는 작가가 되었다.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유명한 잭슨폴락은 바닥에다 큰 캠버스를 놓고 페인트 통을 들고 사방에서 쏟아 붓기도 하고 붓으로 뿌리기도 하고 자기 자신의 내면을 강력하게 표현하는 뉴욕크파의 선두주자로써 뉴욕커의 전위미술가들에게 가장 뚜렷한 영향을 미친 장본인이다. 잭슨폴락을 비롯해 드쿠닝, 이실고키, 로버츠 마더엘 은 대체로 구상적인 이미지를 거부하고 커다란 캠버스 를 가지고 작업을 했다. 그들은 작품의 본질적인 국면으로서 그림 자체에 행동을 표현함으로써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어 가졌다.
이렇듯 현대미술은 어떤 형태를 정확히 그려서 재미없는 사실화보단 자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서 보는 이 들에게 appeal 할 수 있는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더 중요시한다.
그럼 미술학도에게 기존 미술교육은 무의미 한 걸까? 아니다. 미술을 좋아하고 유명한 화가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자연에도 법칙이 있듯이 기본으로 배워 습득해야 할 미술실기 기초교육과 이론이 필요하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를 정확하게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는 표현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 이다. 무용수가 동작 하나하나로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듯이 화가는 그들 내면의 세계를 그리고 전달 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하고 디자이너는 고객들이 요구에 약간의 자기색깔을 반영해서 창의적인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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