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서 숨어살다 파리에 돌아온 아벨(왼쪽서 두번째)이 옛 동료들을 만나 그들의 배신을 따지고 있다.
(Classe Tous Risques)
감성으로 다가오는
갱스터 의리와 배신
프랑스의 명장 클로드 소테(2000년 사망)의 기차게 멋있는 1960년작 갱스터 영화로 프랑스 갱스터들은 마치 사무라이들처럼 죽음을 초월한 듯 행동해 진짜 사나이답다.
이 흑백영화는 옛날의 다른 갱스터 영화들처럼 시적이요 숙명적이어서 보고 있으면 나도 한통속이 되고 파진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소테는 이후 갱스터 영화 장르에서 손을 뗐다.
프랑스 갱스터 영화들의 주인공들은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얼굴에 과묵하고 줄담배를 피우는데 툭툭 내던지는 대사들이 사뭇 신랄하다. 이들은 또 살인자들이면서도 나름대로 선과 악의 선이 있으며 인간적이요 다정다감하기까지 하다.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큰 재미로 이 영화에는 이 종류 영화의 베테런들인 리노 벤투라(전직 프로 레슬러)와 장난꾸러기처럼 생긴 두툼한 입술과 주먹코를 한 장-폴 벨몽도가 나온다.
제목은 보험 규약의 한 형태를 뜻하는데 아울러 ‘관광객 클래스’에 대한 동음이어 익살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서 10년을 숨어살던 아벨(벤투라)은 마침내 귀향을 결심한다. 그는 궐석재판서 사형을 선고받은 처지. 아벨은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기차로 먼저 보낸 뒤 자신의 동료인 레이몽과 함께 파리에서 살 밑돈을 마련하기 위해 백주에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봉급 현찰행랑을 강도질한다.
그리고 둘은 온갖 교통수단을 사용해 니스에 도착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벨의 아내와 레이몽이 경찰의 총을 맞고 죽는다.
두 아들과 함께 니스에 숨어 있는 아벨은 파리의 옛 친구들 3명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이들은 위험부담을 꺼려 자기들이 내려오지 않고 젊은 갱스터 에릭(벨몽도)을 대신 파견한다.
이 영화의 중요한 맥락은 세대 차가 나는 아벨과 에릭의 우정인데 둘은 티를 내지 않으면서 우정과 의리로 단단히 맺어진다.
한편 아벨은 파리에 도착한 뒤 세 친구들과 대면하고 그들을 배신자라고 질타한다. 아벨에게 이들은 친구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비도덕적인 인간들이다.
그리고 아벨은 두 아들의 장차 교육비와 자신의 국외 도주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옛 장물아비를 턴다.
그러나 아벨은 다시 한번 동료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이들을 직접 처형한다. 마지막 장면은 파리 시내를 걷는 아벨의 모습과 함께 그의 운명을 알려주는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거친 갱스터들의 세계 속에 에릭과 빛나게 아름다운 연극배우 릴리안(산드라 밀로) 간의 사랑이 로맨틱한 쉼표 노릇을 한다. 갱스터간의 우정과 명예와 신의를 탐구한 군더더기 없는 네오리얼리즘과 느와르를 섞은 명작으로 새 프린트에 새 영어자막으로 상영된다. 12일까지 뉴아트(310-281-8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