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여대생 필라 경찰 상대 인권침해 소송 제기

2005-12-3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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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개속 밀가루 마약 오인 3주간 감옥

여대생들의 신종 노리개인 밀가루가 든 콘돔을 갖고 비행기를 타려다가 마약 단속 경찰의 함정에 걸려 3주 동안 감옥 생활을 했던 한인 여대생이 필라 경찰청을 상대로 인권 침해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필라 교외 델라웨어 카운티에 있는 명문 브린 모어 칼리지에 재학중인 자넷 리(3학년 비교 문학 전공)양은 지난 주 필라 검찰 출신의 한인 변호사인 데이빗 오 변호사와 제레미 이브라힘 변호사 등 2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필라 법원에 필라 경찰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넷 리 양은 지난 2003년 12월 21일 필라 국제공항에서 캘리포니아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탑승 수속을 하다가 코카인 소지 혐의로 필라 경찰에 체포됐다. 마약 단속반은 X 레이를 통해 짐 검사를 하다가 자넷 리 양 가방 속에 있던 콘돔의 흰 분말을 의심하고 즉석 테스트를 실시한 뒤 리 양을 사우스이스트 수사반으로 끌고 갔다. 리 양은 “1학년 여학생 통과 의식
으로 클래스메이트들과 함께 만들었으며 여대생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주무르는 노리개”라고 설명한 뒤 “캘리포니아에 있는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3개를 가방에 넣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2차례의 필드테스트 결과 콘돔 속의 분말이 아편과 코카인으로 확인됐다면서 교도소에 투옥하고 지문 채취와 얼굴 사진 촬영 등을 실시했다. 필라 법원에서 열린 히어링에서 판사는 검사로부터 마약 1㎏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석금 50만 달러를 책정했으며 주위에서는 징역형 20년을 받을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학기말 시험을 보느라고 4일 밤을 꼬박 새웠던 자넷 리 양은 “그것은 밀가루”라고 울면서 소리쳤지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자넷 리 양은 3주 동안 감방에 있으면서 수감자들이 다른 짓을 못하도록 태권도 하는 폼을 짓기도 했으며, 성당에서 온 자원 봉사자를 통해 데이빗 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었다.


필라 시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던 오 변호사는 검사 시절의 경험 상 마약 단속 경찰이 잘못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오 변호사는 “경찰은 콘돔에서 코카인과 아편 등 3가지 종류의 마약을 발견했다고 했는데 마약 범들은 두 종류 이상을 섞어서 운반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즉시 브린 모어 대학 기숙사를 찾아가 여대생들이 학기말 시험 직전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밀가루가 든 콘돔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필라 검찰청의 찰스 얼리치 부 검사에게 문제의 마약을 실험실에서 검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루 뒤에 나온 실험 결과는 밀가루였다. 리 양은 2004년 1월 중순이 되어서야 캘리포니아 집으로 향했다. 이 후 자넷
리 양은 오 변호사 외에 유태 계 제레미 이브라힘 변호사를 선임해 각종 자료를 수집한 뒤 소송 제기 만료 기한(2년)이 끝나는 올해 말을 앞두고 인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소송 제기 사실은 필라 유력 일간지 인콰이어러 지와 각 TV 뉴스에서 비중 있는 소식으로 다뤄지고 있어 재판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홍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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