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판단기준은 말 아닌 행동

2005-12-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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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의 눈

본보는 국민들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폴 마틴 연방총리의 자유당 정부가 막판에 내놓은 선심공약들에 다시는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마도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일단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자유당의 이런 전략은 총선 때마다 효과를 거뒀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번에도 또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주에만 자유당정부는 공군 전투기 등을 위한 45억 달러, 원주민들을 위한 20억 달러를 포함, 직업훈련에서 신규이민자 정착 지원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재정난을 겪는 자동차와 목재업계를 돕기 위한 지원금도 추가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주엔 300억 달러에 달하는 절세혜택을 국민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재정과 관련되지 않은 각종 이슈들에 대해서도 마틴의 정부는 180도 번복을 얼마나 되풀이 했는지 어지럼증을 참고 있는게 놀라울 정도다.
마틴 총리는 수개월 간 침묵을 지키다 최근 들어 갑자기 토론토의 갱과 총기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총기범죄에 대한 의무적 형량을 늘리는 것을 반대했던 자유당은 요즘 “괜찮은 아이디어라며 태도를 바꿨다. 85년 에어인디아 폭발 사건과 관련, 이에 대한 청문회 소집을 차일피일 미뤘던 정부는 그동안 이 문제를 검토했던 밥 레이 전 온타리오 주수상이 청문회의 필요성을 권유하자마자 그가 청문회를 이끌도록 즉시 승인했다.
이같은 결정들이 모두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당이 약속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지 의문이다. 아래와 같은 질문에 독자들이 한번 대답해 보기 바란다.
자유당이 집권한 지난 12년 동안 국내 보건체계가 더 향상됐는가? 이나라의 법률시스템이 피해자들의 권리를 더 보호해주는가? 지역감정이 더 악화되지는 않았는가? 이 나라의 군대가 더 강해졌는가? 보다 효율적인 이민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가? 정부가 20억 달러로 마련한 총기등록제가 범죄 감소로 이어졌는가? 마지막으로 자유당정부가 국민들이 피땀 흘려 바친 세금을 자기 돈처럼 조심스럽게 썼는가?
선거 때 유권자들은 자유당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하기 바란다.(토론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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