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모살해 사전 계획했다”

2005-12-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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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 무죄 주장…유죄 확정되면 최고 사형 예상

크리스마스 날 부모를 총격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이기호(24)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사전계획 한 것으로 드러나 중벌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스파나웨이의 부모 집에서 아버지 이수일씨(62)와 어머니 이금림씨(60)를 살해한 다음 날 예음(Yelm)에서 체포된 막내아들 이 씨는 27일 피어스 카운티 지법의 존 힉맨 판사 주재로 열린 인정신문에 출두, 간단하게 무죄를 주장했다.
손목과 발목을 결박당한 채 이끌려 나온 애띈 모습의 이씨는 검찰 측이 제시한 2건의 1급 살인혐의에 대해 한국어 통역자의 도움을 받아 짤막하게 부정했다. 힉맨 판사는 이씨의 보석을 불허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이씨가 검찰 측 기소내용 대로 유죄를 확정 받을 경우 최소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최악의 경우 사형까지도 받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숨진 이씨 부부는 피살 직전 집에서 용의자 아들과 심하게 다퉜다. 사건 당시 집안에 있었던 딸은 총성이 울리기 직전 어머니가‘기호야’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기소장은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의 범행 동기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 씨를 체포한 피어스 카운티 셰리프국은 그의 자동차 안에서 22구경 권총을 찾아냈고 범행현장인 부모 집 안에서 수발의 22구경 권총 탄피를 수거했다.
경찰은 또, 이 씨가 범행 이틀 전에 탄환을 구입했고 최근 자동차 라이터에 연결해 구동되는 전기톱과 대형 비닐봉투, 덕 테이프 등을 구입한 점을 들어 그의 존속살인이 우발적 사고가 아닌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씨의 차 안에서 고무총(스턴건)과 함께 사격연습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총알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병 등도 수거했다.
한편, 새해를 코앞에 두고 차분히 한해를 정리하던 한인들은 메가톤 급 패륜사건이 터지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27일 한인 그로서리 협회 송년회 참석자들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워싱턴주 한인사회가 근래 어지러워지더니 이젠 부모를 죽이는 패륜사건까지 터졌다”며 TV 뉴스들이 이씨를 계속 코리안-아메리칸이라고 소개해 민망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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