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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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죄로…”

2005-12-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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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 미수비대원들, 현지 불체 여인과 사랑
불법 눈감아 주고 불체자 은닉혐의로 처벌·구속도

멕시코와의 접경지역에서 활동중인 미국 국경수비대원과 불법체류 여성간의 금지된 사랑이 끊이지 않으면서 안타까운 범법자가 양산되고 있다.
LA타임스가 2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멕시코 접경지역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수비대원들이 현지 불법체류 여성들과 쉽게 사랑에 빠져들고 있으나 불법을 눈감아준 행위로 처벌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9.11테러 이후 결혼으로 시민권을 취득키 위해서는 적법한 체류신분을 유지하도록 규정이 바뀌어 결혼에 의한 신분변경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인구 1만7,000명의 애리조나주 더글러스시의 경우 가장 가까운 영화관이 무려 51마일이나 떨어져 있고 나이트클럽은 국경 넘어 멕시코의 아구아 프리에타에 있는 등 유흥시설이 거의 없는 곳이다. 더구나 신규 배치되는 수비대원들은 대부분 젊은 나이의 혈기왕성한 미혼 남성이어서 마을에 있는 불법체류 여성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공공연한 비밀로 취급되고 있다. 또 수세기 동안 이 지역의 여러 가족들이 미국과 멕시코를 오간 탓에 시민 가운데 불법체류자를 구분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안타까운 연인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불법체류 여성인 마리아 테라자스(31)가 국경수비대원 호세 루이스(30)와 사귀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음식점 종업원으로 일하며 두 아이를 둔 테라자스는 지난해 11월 멕시코로 추방됐다가 곧바로 세관을 속이고 재입국해 루이스와 관계를 이어나갔지만 최근 다시 적발되면서 테라자스는 다시 추방되고 루이스는 파면 조치될 전망이다.
더구나 루이스의 동료인 에프라임 크루즈는 재입국하던 테라자스를 차에 태웠다가 불법체류자를 승차시켰다며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다.
또 파블로 베리(23)가 아내인 클라우디아 베로니카 바스케스-반다(24)를 만난 것은 고교 졸업반에 재학중이던 6년 전. 사랑을 확인한 이들은 졸업 후 동거, 딸도 낳았으며 뒤늦게 아내의 불법체류 신분을 알았다. 연봉 4만달러인 그는 지난해 10월 바스케스-반다의 시민권을 신청했다가 위법 사실이 드러났고 베리는 “가족 가운데 불법체류자가 없다”고 했던 선서를 위반한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밖에 라몬 산체스의 경우 수비대원으로 처음 배치 받은 지난해 8월 투산에서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졌는데, 4개월 후에야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그는 조국안보부에 의해 불법체류자 은닉혐의로 체포, 구속됐다.
이민자 권리단체 국경행동 네트웍의 제니퍼 앨런 소장은 “대부분 젊은 수비대원들은 미혼이고 이 지역에 생소한 데다 이민법의 엄격한 규정과 애매한 감정 사이에서 혼돈을 겪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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