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미군이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내년 8월4일 동시 개봉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스티븐 스필버그와 공동)하고 감독하는 2차 대전시 태평양상의 이오 지마섬 전투를 미국측과 일본측에서 각기 본 2편의 영화가 내년 8월4일 동시에 개봉된다.
먼저 촬영에 들어간 영화는 제임스 브래들리가 쓴 베스트셀러 소설 ‘우리 아버지들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이 원작. 1945년 2월~3월 이오 지마섬(유황도)에서 벌어졌던 미해병과 일본군간의 치열한 교전과 미국의 승리의 상징이 된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은 6명의 미군과 그들이 속한 이지 해병중대의 전우들과의 관계를 다루었다. 브래들리의 아버지 존은 성조기를 세운 6명의 미군 중 한 명으로 1994년에 사망했다.
이오 지마 전투는 2차대전의 가장 결정적이요 사망자를 많이 낸 전투 중 하나였다. 이 전투에서 미군은 7,000명이 일본군은 2만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일본군 사망자 중 수천명의 신원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오 지마 전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5명의 미해병과 1명의 해군이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모습. 이 모습은 종군 사진기자에 의해 찍혀져 삽시간에 전파되면서 당시 전쟁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에게 원기를 불어 넣어줬었다. 이 모습을 본 따 만든 대형 기념조각상이 워싱턴 DC에 있다.
그런데 성조기를 세운 군인들 중 일부는 그 뒤 전투에서 사망했다. 나머지 군인들도 자신들이 벼락 유명 인사가 된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을 영웅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지 전우들 곁에서 함께 싸우다 죽기를 바랐었다.
한편 이스트우드는 영화 촬영 전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 현재 수백명의 일본 자위대 군인만이 주둔하고 있는 이 섬은 일본에게는 성역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스트우드는 당시 극우파인 도쿄지사 신타로 이시하라와 45분간의 면담을 가졌었다. 여기서 이시하라는 이스트우드에게 수많은 일본군이 목숨을 잃은 이 섬의 신성함을 유린치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이스트우드는 이에 대해 “결코 일본인들의 감정을 짓밟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었다.
이스트우드는 지사 면담에 이어 이오 지마 전투 생존 일본군들을 대표하는 단체와도 만났다. 면담 후 이 단체의 대표는 “우리는 이스트우드의 영화가 긍정적인 것이 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패라마운트에 팔린 드림웍스와 WB가 공동 제작하는 ‘우리 아버지들의 깃발’에는 라이언 필리페, 제시 브래드포드, 제이미 벨, 배리 페퍼, 아담 비치, 폴 워커 등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한편 이스트우드는 최근 내년 2월부터 이오 지마 전투를 일본측 입장에서 얘기한 ‘바람 앞의 등불’(Lamps before the Wind) 촬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영화의 각본은 일본계인 아이리스 야마시타가 집필했다. 한 감독이 동일 전투를 교전 양측의 관점으로 2편의 영화를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이오 지마 전투영화로 가장 뛰어난 것은 ‘유황도의 모래’(Sands of Iwo Jima 1949). 앨란 드완이 감독하고 존 웨인이 강인한 해병상사로 나와 명연기를 한(오스카상 수상 후보)이 영화는 실제 전투필름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실적이요 박진한 작품이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