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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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 ‘금지된 장난’

2005-1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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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십자가 훔쳐 애견무덤에 세워
고아역 브리짓 포시 명연기 감동적

순수의 상실에 관한 아름답고 가슴 아픈 초혼하는 듯한 영화다. 다섯 살짜리 고아소녀로 나온 브리짓 포시의 모습과 연기는 한번 보면 결코 잊지 못할 순진하고 통렬한 것이다. 프랑스의 르네 클레망(태양은 가득히)이 감독한 1952년작 흑백 영화로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 기타로 연주되는 주제음악 ‘로망스’가 옛날 한국 다방에서 잘 연주되곤 했었다.
1940년 여름. 나치의 프랑스 침공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 가던 폴렛(포시)의 부모와 애견이 공습에 목숨을 잃으면서 폴렛은 졸지에 고아가 된다. 강에 내던져진 개를 찾으러 가던 폴렛은 11세난 미셸(조르지 푸줄리)을 만나 소년의 농가로 함께 간다. 미셸의 가족은 폴렛을 따뜻이 맞아들이며 위로하고 돌보면서 한 가족처럼 대한다.
그런데 폴렛이 공습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이름 없는 묘지에 매장한다는 것을 알고 미셸에게 자신의 죽은 개도 묻어 달라고 요청한다. 미셸과 폴렛은 강에서 개를 건져다 버려진 공장 부근에 묻는다. 폴렛이 개가 외로워 할 것을 염려하자 미셸은 폴렛에게 십자가와 꽃들로 장식된 비밀무덤을 만들자고 제의한다.
그리고 두 아이는 이 ‘금지된 장난’을 위해 십자가를 만드는데 미셸은 비밀무덤을 위해 영구차와 교회에서까지 십자가를 훔친다. 두 아이가 비밀의 무덤에 죽은 병아리와 쥐와 곤충과 두더지들을 묻으면서 십자가가 많이 필요하게 되자 둘은 공습중 교회 옆에 있는 공동묘지에서 십자가들을 훔쳐 자기들의 무덤에 사용한다.
한편 십자가 도둑으로 판명된 미셸이 아버지에게 얻어맞는데 경찰이 폴렛을 데리러 온다. 그리고 미셸은 폴렛을 내주지 않는 조건으로 십자가들이 있는 곳을 아버지에 알려주나 아버지가 약속을 어기자 비밀의 무덤으로 달려가 십자가들을 모두 파괴한다. 사람들로 붐비는 기차역에서 불안과 슬픔에 젖은 눈동자를 한 폴렛이 고아원으로 자기를 데려갈 기차를 기다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흐르게 된다. DVD. 30달러. Criter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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