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지와 안은 자기집을 감시하듯 찍은 비디오 테입을 받고 당황해 한다.
평범한 가정에 날아든 공포의 테입
보는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때로는 사악할 정도로 고약한 서스펜스 스릴러에 뛰어난 오스트리아 감독 미햐엘 헤네케(우스운 놀이, 피아노 선생)의 은유로 가득 찬 탐정영화 스타일의 프랑스 서스펜스 스릴러다. 죄의식과 뒤늦게 눈을 뜨는 양심에 관한 내용이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 더 나아가서는 유럽과 미국 등 1등 국가들이 스스로 만들어놓은 폭력의 역습에 대한 공포를 얘기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가지 도대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지적 호기심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작품으로 애매모호하게 끝이 난다. 그러나 영화가 내포한 포괄적인 의미를 떠나서라도 하나의 세련된 가족의 안녕을 위협하는 스릴러로서 즐길 수 있다.
밤에 파리의 중류층 주택가의 한 집을 롱 테이크로 잡은 첫 장면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바짝 잡아당긴다. 이렇게 시종일관 플롯이나 진행속도가 팽팽하니 감겨 잠시도 긴장을 풀지 못하게 만든다.
이 집은 책에 관한 TV쇼 사회자인 조르지 로랑(다니엘 오퇴유)과 출판사서 일하는 그의 부인 안(쥘리엣 비노쉬) 그리고 둘의 12세난 아들 피에로의 집. 그런데 어느 날 조르지의 집과 가족의 출입상황을 밖에서 감시하듯 촬영한 비디오 테입이 이 집에 전달된다. 테입과 함께 어린아이가 입에서 피를 토하는 그림도 전달된다. 조르지와 안은 도대체 누가 왜 이런 테입을 보내 왔을까 하고 궁금해하면서도 처음에는 이를 고약한 장난으로 여긴다.
그러나 다시 테입이 전달되면서 두 부부의 공포와 당황감이 점증되고 가정에 혼란이 일면서 아들마저 영향을 받게 된다. 조르지는 사립탐정까지 동원해 가면서 테입 발송자의 신원을 찾는다. 그리고 그는 자기 나이 또래의 알제리아인 마지드가 장본인이라고 확신하고 그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마지드는 프랑스의 알제리아에 대한 압제가 심할 때인 1961년 시골의 조르지 집에서 하인들로 일했던 부부의 아들.
그러나 마지드는 테입을 안 보냈다고 부인한다. 어느 날 피에로가 학교서 귀가하지 않자 조르지는 경찰을 시켜 마지드와 그의 10대 아들을 체포케 한다. 이 결과 끔찍한 비극이 일어난다(여기서 헤네케의 새디스틱한 성질이 다시 드러난다). 그리고 조르지가 어머니(고참 명우 아니 지라르도)가 혼자 사는 시골집을 방문하면서 그의 어린 시절 비밀이 회상식으로 밝혀진다.
자신은 한번 저지르고 잊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죄가 뒤늦게 죄인의 양심을 두드리는 도덕적 이야기인데 이것은 선진국들이 후진국(특히 요즘 정치상황에 비쳐볼 때 이라크)들에게 폭력을 제공하고 잊고 지내다가 뒤에 그것의 역공을 받아 분노하고 두려워하는 현 국제 정서를 은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현존 최고 배우 중 하나인 오퇴유가 교양인에서 폭력적이요 야비한 인간으로 변하면서 가정을 지키려고 애쓰는 연기를 억제하듯 잘 해낸다. 명징한 카메라도 좋다. 헤네케는 이 영화로 올 칸 영화제서 감독상을 받았다. R. Sony Pictures Classics. 선셋 5(323-848-3500) 웨스트사이드 파빌리언(310-281-8223) 어바인 타운센터 6(800-FANDANGO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