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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Munich)★★★★(5개 만점)

2005-1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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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Munich)★★★★(5개 만점)

애브너(왼쪽서 두번째)와 4명의 이스라엘 킬러들이 숙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스, 로버트, 칼 그리고 스티브.

팔레스타인‘뮌헨 학살’
이스라엘서 피의 보복

만들 때부터 역사적 정확성 문제로 논란의 표적이 됐던 이 영화는 1972년 뮌헨 올림픽 참가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살해한 ‘검은 구월단’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이스라엘측의 보복을 다뤘다.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된 자칭 보복작전 참여자인 조지 조나스의 책 ‘복수’를 바탕으로 만들어 역사적 사실을 허구를 바탕으로 각색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조나스의 글은 최근 출판된 아론 J. 클라인의 책 ‘반격’에 의해 허구투성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LA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도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영화의 정확성에 회의를 표명했다.
스필버그가 오랜 착상 끝에 만든 이 영화는 틀은 정치적이요 명상적인 서스펜스 스릴러이자 일종의 도덕극이다. 그런데 보고 나서 느낀 바는 정치적 면은 극히 피상적인 것으로 묘사된 반면 하나의 서스펜스 스릴러로 그치고 말았다. 스필버그는 영화가 단순히 스릴러로 인식되는 것을 꺼려한다는 듯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킬러들을 통해 양측 입장을 가능하면 고루 배분해 묘사하느라 눈치를 보고 있다. 자기는 누가 선하고 누가 나쁜가에 대한 판단을 안 내리겠다는 식으로 양측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 편을 든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스필버그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평화를 위한 기도’라며 눈에는 눈 식의 보복의 무의미성을 얘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거룩한 뜻을 전달하기엔 영화가 통속적이다. 또 이 영화가 재미는 있는데도 가슴 표면에서 겉도는 이유는 주인공들의 내면 묘사가 모자라고 연기들도 피상적이기 때문.
매우 역설적인 것은 스필버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모두 공정하려고 애쓰다보니 엉뚱한 사람이 영웅처럼 묘사된 점. 이스라엘 측에 정보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제보 조직의 가부장적 두목이 거의 주인공처럼 묘사됐다. 연기도 이 두목으로 나오는 프랑스 배우 마이클 론스데일의 것이 가장 돋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드골 암살 시도를 다룬 ‘재칼의 날’(여기에도 론스데일이 나온다)을 연상케 하는 서스펜스와 스릴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뮌헨 올림픽 사건을 다룬 기록영화로는 1999년의 ‘9월의 하루’(One Day in September)가 있는데 스필버그의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정도다.
경비가 허술한 뮌헨 올림픽촌의 울타리를 넘어 경기관총으로 무장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 선수들의 숙소를 침입한다. 이들은 11명의 인질을 붙잡고 이스라엘에 갇힌 팔레스타인 동료 200여명을 석방하라고 요구한다. 이 인질극은 당시 ABC-TV에 의해 생생하게 중계 보도됐었다.
인질극은 공항에서의 독일 경찰대 테러리스트들간의 교전 끝에 선수 전원이 사망하고 테러리스트들 중 3명을 제외한 나머지도 사살되는 살육전으로 끝난다. 인질 납치와 공항에서의 총격전은 영화 전편을 통해 분산 삽입되는데 인질극의 클라이맥스를 주인공의 격렬한 섹스장면과 교차 묘사한 것이 보기 흉하다.
사건 후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수상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를 시켜 5명의 보복 암살단을 조직케 한 뒤 뮌헨 학살에 관계된 11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토록 지시한다. 이 작전 총책이 모사드의 이브라힘(제프리 러쉬).
5명의 리더는 메이어의 젊은 경호원 애브너(‘헐크’의 에릭 바나). 남아공 태생의 피에 굶주린 스티브(대니얼 크레이그-차기 제임스 본드)와 사후 처리자인 단정한 신사복 차림의 칼(시아란 힌즈), 폭파전문가 로버트(마티외 카소비츠) 및 문서위조 전문가인 한스(한스 지쉴러) 등이 나머지.
애브너는 만삭의 아내를 남겨둔 채 4명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간다. 이들이 표적을 처치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표적들의 소재를 알려줄 제보자. 이 제보자는 프랑스인인 루이(마티외 아말릭)와 그의 아버지(론스데일)로 이들은 정치와는 관계없이 누구든 돈만 지불하면 정보를 판다.
첫 표적 살해는 로마에서 성공적으로 끝난다. 이어 두 번째 표적을 제거하기 위해 애브너 일행은 파리로 간다. 여기서의 암살장면은 히치콕 영화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애브너 일행은 파리, 로마, 제네바, 텔아비브, 아테네, 런던, 베이루트 등 유럽과 중동지역(파리, 헝가리, 말타서 촬영)을 돌면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것이 스케치식으로 묘사된다.
암살임무가 진행되면서 특히 애브너는 자신의 보복살인에 죄의식을 느끼고 고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과연 자신들이 살해하는 표적들이 정말로 뮌헨 살육과 관계가 있다는 증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게 된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기도 했다.
한편 팔레스타인측에서도 반격작전에 나서면서 애브너 일행이 암살 표적이 된다, 그리고 먼저 칼이 살해된다. 결국 이들은 11명을 다 못 죽이고 임무를 끝내는데 뮌헨사건의 장본인 가운데 1명은 현재도 생존중이다.
애브너를 제외한 나머지 4명에 대한 묘사가 극히 피상적이며 바나의 모습과 연기에서 카리스마가 분출되지 않아 주인공들과 거리감이 느껴진다. 좀 더 진지하고 심각했더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R. 164분. Universal.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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