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를 쏴라’
미 갱스터 영화에 바치는 헌사
데뷔작 ‘400번의 구타’로 프랑스 누벨 바그의 또 다른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프랑솨 트뤼포의 두 번째 영화로 1960년작. 장난기 짙은 미 갱스터영화에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으로 범죄 스릴러이자 희비극이다. 실험정신이 가득한 인간미 넘치는 로맨틱한 영화로 흑백촬영이 멋있다.
파리의 싸구려 카페의 피아니스트 샬리(프랑스의 유명 샹송가수 샤를르 아즈나부르의 무표정한 연기가 일품)는 갱스터 동생 알사니앙 때문에 뜻하지 않게 갱스터 세계에 말려든다. 동생이 배신자로 쫓기면서 형에게 도움을 청하고 동생을 쫓아 2명의 갱스터들이 카페에 나타난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막내동생과 함께 사는 샬리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전직 콘서트 피아니스트. 이 과거 때문에 그는 이름을 바꾼 뒤 카페 피아니스트로 사는데 카페서 일하는 레나(마리 뒤봐)를 사랑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한다. 레나도 샬리를 사랑하고 있다.
샬리를 질투하는 카페 주인 플린이 두 갱스터들에게 샬리의 주소를 가르쳐 주는 바람에 샬리와 레나는 이들에 납치된다. 그런데 두 갱스터들은 비록 총을 차고 다니는 터프가이지만 농담 좋아하는 인간적인 무법자들. 샬리와 레나는 둘의 손아귀에서 일단 도주하나 이번에는 샬리의 막내동생이 이들에게 납치된다.
샬리는 고발자인 플린과 심한 싸움을 하다 우발적으로 그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레나와 함께 눈덮인 산중에 있는 레나의 오빠의 외딴집으로 도주한다. 샬리의 막내동생을 데리고 여기까지 쫓아온 2인조 갱스터와 샬리간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교차사격에 레나가 맞아 쓰러지면서 눈 언덕을 미끄러져 내린다(이 장면이 시적이다). 그리고 샬리와 그의 동생은 죽은 레나의 몸에서 눈을 쓸어내린다. 다시 카페의 피아노 앞에 앉은 샬리에게 새 주인이 새 여종업원을 소개시킨다.
트뤼포는 이 영화를 특별한 주제 없이 범죄 이야기의 틀 속에 자신이 영광과 성공, 몰락과 실패와 여자와 사랑에 관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나타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플롯보다 감독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한 아름다운 느와르 영화다. 트뤼포의 여러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조르쥐 들르뤼의 음악이 아름답다. DVD. Criter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