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산’★★★★½(5개 만점)
2005-12-09 (금)
잭(왼쪽)과 에니스는 수십년간에 걸친 숨은 사랑은 나눈다.
(Brokeback Mountain)
가슴 아프고 수려하게 만든 ‘게이 웨스턴’
가슴 아프고 아름다운 게이 웨스턴이다. 무슨 장르의 영화든 수려하게 잘 만드는 감독 앙 리의 동양적 감성미로 채색된 두 남자의 못 이룰 사랑이 가슴을 찢는다. 원작은 애니 프루의 단편소설. 몇 십년 간에 걸친 격정적인 비밀의 사랑의 이야기를 앙 리는 과다한 감정 노출 없이 절제되고 사려 깊고 민감한 솜씨로 묘사했다. 그가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은 가히 동양적 도사의 극기적이요 완숙된 것이다.
또 아름답고 슬프고 뜨거운 사랑의 이야기가 장려한 자연배경을 받으며 진행돼 극적 효과와 깊이를 더해준다. 게이 영화여서 배척할 사람도 있겠지만 노골적 섹스 신은 없다. 육체보다 사랑하는 두 남자의 감정의 희비극의 내면 파랑을 조명한 우아한 영화다.
1963년 여름 와이오밍의 브로크백 산(캐나다 알버타서 촬영)에 생면부지의 두 젊은 카우보이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이 양치기로 고용돼 도착한다. 체격이 늠름한 에니스는 어두운 과거 때문에 말이 없고 감정을 억제하고 사는 수동형인 반면 날씬한 몸매에 수다쟁이인 잭은 낙천적인 공격형.
영화는 전반 상당부분을 둘의 산에서의 공동생활에 할애한다. 경치는 일품이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나날을 둘은 위스키로 보낸다. 양을 지키기 위해 한 사람은 천막 밖에서 자는데 어느 추운 날 밤 잭이 에니스를 천막 안으로 불러들인다. 서로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둘은 처음에는 아이들처럼 몸싸움을 하다가 이윽고 뜨거운 섹스를 치른다. 자신들의 동성애 성향을 몰랐던 둘은 이튿날 전날 밤 일을 단편적 사건으로 단정하나 얼마 못 가 열렬한 사랑의 파트너가 된다.
여름이 끝나 둘은 헤어진다. 그리고 둘은 자신들의 동성애 감정을 무시하고 각기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살지만 진짜 사랑을 못 잊는다. 둘이 헤어진지 4년후 텍사스에 사는 잭이 찾아 오겠다는 엽서가 에니스에게 도착한다. 만나자마자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에니스의 아내 알마(미셸 윌리엄스).
이 뒤로 잭은 매년 정기적으로 아내 로린(앤 해사웨이)에게 에니스를 방문해 브로크백 산으로 낚시를 간다고 말한 뒤 연인을 찾아간다. 능동적인 잭은 에니스에게 둘이 함께 살자고 독촉하나 에니스는 그것이 비현실적이라며 현상유지를 고집한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둘의 관계는 갈수록 깊어지는 반면 결혼생활은 금이 간다.
튼튼한 육체 속에 들끓는 사랑과 육체의 욕망을 가라앉은 강점으로 균형을 잘 맞춘 영화다. 후반 들어 얘기가 에피소드 식으로 되면서 다소 강렬성이 감소된다. 뛰어난 것은 눈을 아래로 깔고 입을 꽉 다문 레저의 삼가는 연기. 그가 못 이룰 사랑을 견디는 모습을 보자니 숨이 막힐 것 같다. R. Focus. 그로브(323-69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