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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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기 전에’ ★★★½

2005-1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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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기 전에’ ★★★½

힘을 믿는 프리드리히(가운데)는 시를 쓰는 알브레히트(오른쪽)에 의해 폭력의 무모성을 깨닫는다.

(Before the Fall)

나폴라의 악마성에 비폭력 저항

히틀러가 청소년들을 사상 무장시키고 또 철저한 군인으로 만들어 세계를 정복하는데 써먹기 위해 만든 엘리트 학교 중 하나로 전독학습정치전문학교(Napola)라는 것이 있었다.
이 영화는 이 학교에 입교한 젊은이들의 강훈련과 교조적 수업 그리고 환상에 빠져 입교했다가 뒤늦게 각성하고 이 악의 기관을 빠져 나온 한 젊은이의 극적인 이야기를 매우 강렬하고 감정적으로 솔직하게 그린 독일영화다. 몸서리가 처지는 내용을 감독 데니스 간젤은 주도면밀하고 침착하면서도 가차없이 가혹하고 정열적으로 묘사했다.
1942년 베를린. 젊은 공원 프리드리히(막스 리멜트)는 권투 소질이 나폴라 학생모집 군인의 눈에 띄어 입교 권유를 받는다. 프리드리히는 나치를 증오하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출해 입교한다. 올림픽에 출전할 꿈과 함께 부와 지식을 모두 손에 쥘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입교한 프리드리히는 즉시 가혹한 군대훈련과 나치사상 교육을 받는다(훈련과정이 지극히 혹독하다).
프리드리히는 여기서 지역 사령관의 아들로 폭력을 증오하는 시를 쓰는 알브레히트(톰 쉴링)와 짙은 우정을 맺는다. 이 두 젊은이의 우정이 영화의 감정적 축을 이룬다. 어느 날 밤 학생들은 수송 중 탈출한 전쟁포로들을 추적, 체포하는 작전에 투입된다. 그러나 이들이 사살한 포로들은 알고 보니 유대인들. 사망자 중에는 어린아이들도 있어 프리드리히와 알브레히트는 큰 충격을 받는다. 알브레히트는 이 작전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아버지로부터 혼이 나는데 결국 시인의 가슴을 지닌 알브레히트는 얼음 속 수영훈련 중 친구가 보는 앞에서 자살한다.
자기의 완력을 믿고 그것을 통해 출세하려고 다짐했던 프리드리히는 알브레히트의 죽음을 통해 비로소 나폴라의 악마성과 폭력의 무모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최후의 저항수단으로 학교대항 권투시합에 나가 폭력을 포기한다. 푸르고 회색빛 나는 겨울에 찍어 나폴라의 괴기성이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데 이야기는 예견하는 대로 진행되긴 하나 매우 격정적인 사실감을 갖추었다. 성인용. 선셋 5, 원콜로라도 등 일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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