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등 소수계 재해대책 ‘무방비’

2005-10-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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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계 커뮤니티 대상 재해대책 포럼’서 밝혀져
베이 지역, 6.7 이상 강진 발생확률 27년내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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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과 대서양의 암판이 만나는 샌안드레아스 단층지대(San Andreas Fault)에 위치한 베이 지역에서 오는 2032년까지 규모 6.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은 무려 62%에 이른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에 이어 최근 플로리다 남부를 강타한 윌마에 이르기까지 자연재해 발생시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복구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4일(월) 오후 6시 산호세시청 시의회 의사당에서 개최된 ‘아태계 커뮤니티를 위한 재해대책 포럼’은 한인들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이 주관한 이날 포럼의 패널로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비상대책본부의 그레그 레닉 정보관을 비롯해 산타클라라 카운티 비상대책국 셀레스테 쿡 국장, 산타클라라 밸리 수도국 마이크 해머 비상지원과장, 산타클라라 적십자 로레인 지퍼로리 대표, 산호세시 비상대책국 얼 스티븐슨 박사 등 재해대책 담당관과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각 단위별 패널들은 이날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지진 등의 재해발생시 발동할 비상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사회자로 포럼을 진행한 ABC(채널7)의 여성앵커 출신 투이 부씨가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비영어권인 소수계를 대상으로 언어별 라디오 방송이나 전단 등을 통해 대피령이나 기타 행동지침에 대해 고지할 계획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 어떤 담당관도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베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허리케인이나 이로 인한 집중호우가 발생할 확률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허리케인의 경우 위성사진을 통한 관측과 이동방향의 예측이 가능해 어느 정도 대피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지진은 사전 감지가 거의 불가능하고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여기에 다민족으로 구성된 베이 지역은 이민자들의 유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 재해 발생시 이들 비영어권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 전달 대책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뉴올리언스 흑인 주민의 대부분은 허리케인 대피방송을 들은 후에도 차량이나 기타 여건이 불비해 피난을 가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져 왔다. 그러나 한인들을 비롯해 비영어권 소수계의 일부는 언어 문제로 정보를 올바로 전달받지 못해 미처 대피를 못했다는 사실은 이면 속에 묻혀져 있다.
특히 지진재해의 위험성이 높은 베이 지역 한인 커뮤니티의 경우 24시간 한국어 라디오방송이 운영되는 남가주 지역에 비해 비상재해 발생시 정보전달 루트가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1992년 LA에서 4.29 흑인폭동이 발생했을 당시, 한국어 라디오방송의 비상대책 방송은 현지 동포들에게 유용한 정보전달 창구가 됐었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산타클라라 카운티 민주당의 제임스 김 부의장은 “각 구역별로 재해 담당기관이나 시의원들이 재해발생시 행동요령과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비영어권 커뮤니티의 참가는 미비한 실정이다”라며 “앞으로도 계속적인 이민자의 유입이 예상되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비영어권 이민자들을 위한 실제적인 재해대책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한인 커뮤니티 등 소수계가 정부 관련 기관에 끊임없는 요구를 해나갈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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