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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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키스, 뱅 뱅’ (Kiss Kiss, Bang Bang)★★★

2005-10-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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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키스, 뱅 뱅’ (Kiss Kiss, Bang Bang)★★★

해리는 연기수업차 사립탐정 게이를 따라 다니며 온갖 모험을 치룬다.

좀도둑이 배우에 탐정노릇까지

내용보다 외형이 훨씬 잘난 살인 미스터리 필름 느와르로 플롯이 어떻게나 복잡한지(횡설수설이라고 해야겠다) 머리 나쁜 사람은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아듣기가 힘들 것이다. 멜 깁슨이 나온 ‘살인 무기’(Lethal Weapon)의 각본을 쓴 셰인 블랙이 글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너무 혼자 똑똑한 척 구는 혼란의 극치인 내용 때문에 블랙이나 자기 조소하는 블랙 코미디 스타일의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극소수의 팬들이나 좋아하겠다.
약 먹고 흥분한 듯한 영화는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그는 무슨 영화든 잘 어울린다)의 자아비판조의 슬픈 톤을 지닌 음성으로 하는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뉴욕의 좀도둑인 배우 지망생 해리(다우니 주니어)는 크리스마스 도둑질을 하다 들켜 경찰에 쫓기면서 엉겁결에 뛰어든 곳이 배우 오디션장. 해리는 여기서 명연기를 하는 바람에 할리웃으로 진출한다.
그리고 그는 형사 영화에서 자기가 맡을 역을 위해 실제 사립탐정으로 게이인 게이(발 킬머)와 짝을 이뤄 실습에 나선다. 이때부터 신원을 뭉개버린 여자들의 시체가 계속 발견되고 또 악당들과의 추격전이 벌어지면서 해리는 영화 아닌 진짜 흉악한 사건과 음모에 휘말려든다. 이런 버디 무비에 해리의 고교시절 애인이었던 하모니(미셀 모내핸)가 뒤늦게 할리웃 힐스의 파티 장에 나타나 해리를 진짜 사립탐정으로 오해하면서 또 다른 플롯이 곁가지를 친다. 그러나 해리와 하모니의 콤비는 영화 전체에 어울리지가 않는 물과 기름과 같은 모양이다.
하여튼 해리는 본의 아니게 사립탐정 노릇을 하게 되면서 죽을 고생을 치르는데 마지막 프리웨이에서의 사체가 든 관과 동승한 고속 추격전 액션이 재미있다. 영화는 펄프 픽션 작가인 레이몬드 챈들러의 소설 제목을 딴 5장으로 구분됐는데 ‘사건이 내 사업’으로 시작돼 ‘내 사랑 안녕’으로 끝난다. 완전히 농담 같은 영화로 영화가 끝나면서 해리와 게이가 관객을 보고 빨리 극장 밖으로 나가라고 몰아낸다. ‘정말 잘났어’라는 소리가 나온다. R. WB. 그로브(323-692-0829), 샌타모니카 크라이티리언(310-248-Mann#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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