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기업 인수 ... 중견기업으로 발돋움

2005-10-09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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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석-얼라이드 테크날러지그룹 이 덕선 회장

워싱턴 한인 비즈니스 중 주류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얼라이드 테크날러지 그룹(ATG, 대표 이덕선)이 상당히 큰 규모의 기업합병을 실현, 한인 경제계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
ATG는 지난 3일 버지니아 비엔나 소재의 정보통신 업체 JIL을 합병했다고 발표했다. 합병된 JIL은 85년 설립된 종업원 2백여명, 연 매출액 3천만달러 규모의 업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이덕선 회장이 이끄는 ATG는 연 매출액 8천만 달러, 종업원 숫자 700명 규모의 탄탄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ATG는 지난 86년 창립됐으며 미 해군, 해안경비대, 국무부, 국립보건원, FBI 등 정부기관에 정보통신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연매출 2억달러 목표
이덕선 회장은 이번 합병에 대해 “두 업체가 모두 미국 정부와 군 등에 정보통신 솔루션을 공급하지만, 고객이 중복되지 않기 때문에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합병을 결정했다”며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전략적 합병”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군 등에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업체가 고객의 중복없이 합병에 성공함에 따라 ATG는 고객층 확대와 매출 증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모두 거둘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2년반 전 시도했다가 철수한 바 있는 JIL 합병을 올해 결행한 이유에 대해 “경쟁의 심화”를 꼽았다. 합병 전의 ATG처럼 연매출 5천만달러 정도의 기업은 우선 숫자가 많다. 게다가 한국의 중소기업청은 중기업도 보호하지만, 미국의 소기업청(SBA)는 연매출 2천1백만달러 이하의 소기업만 보호하기 때문에 중규모 기업들은 ‘보호자 없는 신세’가 되기 쉽다.

◆중기업 보호 의회 설득
소기업 단계를 이미 7년 전에 졸업한 ATG는 경쟁심화 속에서 규모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이번 인수합병을 결행했다는 설명이다. ATG는 앞으로 연매출 2억달러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워 놓았으며, 이번 합병을 통해 그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 회장은 또한 연방정부 차원에서 중기업 보호정책을 개발하도록 촉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중기업 방치는 소기업 단계를 졸업한 성공 비즈니스에 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연방의회 의원들에 인식시킴으로써 정책 개발을 촉구하는 작업이다.


◆8(a) 혜택 활용해야
한인 경제는 자영업 숫자에 있어서 타 소수민족을 압도하고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숫자에 있어서는 중국 또는 인도 등에 훨씬 뒤처지고 있다. 따라서 주류 기업과의 경쟁을 통해 규모를 키워가는 ATG 같은 업체를 키워내야 한다는 것은 한인 경제의 사명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ATG가 기업합병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사실은 한인 경제의 발전 측면뿐 아니라 한인 2세들에게 역할 모델(role model)을 준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후배 한인 사업가들에게 이 회장은 ▲반드시 영어를 마스터할 것 ▲연방 소기업청(SBA)이 소수계 기업에 제공하는 8(a) 자격을 획득함으로써 소수계 소기업의 특혜를 최대한 누릴 것 등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영어를 어렵게 배워야 했고 미국인 앞에서 주눅들기 쉬웠던 1세들과는 달리 우리 2세들은 언어장벽이 전혀 없고 미국인들과 당당히 경쟁할 자질을 갖췄다”며 “우리 한인사회에서 이제 큰 인물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희망을 밝혔다.
이덕선 회장은 워싱턴 DC 소재 승리의 모후 성당 이덕효 주임신부의 친형이며, 워싱턴 한인 사회의 또다른 대형 정보통신 기업체를 이끌고 있는 이수동 STG 회장의 손위처남이기도 하다. 그 개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 역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고 없이 인수 … 직원 만족 실현
이 회장은 이번 합병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이 행복하고 만족을 느끼도록 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합병된 JIL의 직원은 사장부터 리셉셔니스트까지 단 한명도 해고하지 않고 전원이 ATG에서 새로운 일을 맡도록 배치됐다.
JIL의 베일리 월시 전 사장은 ATG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모든 프로젝트 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일하게 했다. 또한 JIL에서 리셉셔니스트를 맡았던 여직원은 한 회사에 리셉셔니스트가 두명일 수는 없으므로 다른 프로젝트 일을 맡도록 발령났다.
대개 기업이 인수합병되면 특히 고위층 임원의 경우 상당수가 해고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직원 만족’을 최고 경영이념 중 하나로 추구하는 ATG는 단 한명의 해고도 없이 인수합병을 완료할 수 있었다.
소기업 단계에서는 특정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담당 직원들의 일이 없어지는 고용 불안정 요인이 있었지만, ATG는 이번 합병을 통해 고객·사업영역을 모두 확대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 또한 마련했다.
ATG는 비엔나의 JIL을 폐쇄하고 JIL의 전직원들이 락빌 본사로 옮겨와 일할 수 있도록 락빌 본사를 크게 확장할 계획이다.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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