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술로 승화된 요리와 ‘와인 천사’ 환상적

2005-09-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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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레이 베이 호텔내‘오레올’ 식당

찰리 파머 운영…프렌치식 전통 미국 음식

와인타워 명물…셀라엔 4.500종 6만병 저장


맛있는 요리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 호텔 내 ‘오레올’(Aureole) 레스토랑에 꼭 가봐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 중 한 사람인 찰리 파머(Charlie Palmer)가 99년 오픈한 이 식당은 라스베가스의 음식과 와인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레올 이후 라스베가스의 식당 문화는 고급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찰리 파머는 라스베가스 오레올 뿐만 아니라 뉴욕에도 ‘오레올’, ‘키친 22’‘키친 82’‘아스트라 웨스트’(Astra West) 등 뉴욕과 LA, 워싱턴 DC, 소노마 카운티 등지에 10개의 고급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재벌. 그의 식당들은 특별히 와인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라스베가스 오레올은 최고의 와인 셀렉션으로 유명하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4층 높이(42피트)의 거대한 글래스 와인 타워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이 타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한 바퀴 돌아 내려가야 다이닝룸이 나오도록 설계돼 있다. 화씨 55도, 습도 70%를 유지하는 이 와인 탑은 거의 1만병을 소장하고 있다.
손님이 와인을 주문하면 몸에 4개의 케이블 선을 부착한 ‘와인 천사’(Wine Angel)가 날아가 타워를 열고 주문한 와인을 꺼내온다. 프로 댄서나 암벽 등반가 혹은 곡예사 출신인 와인 천사들은 몸에 달라붙는 검은 옷을 입고 인터콤을 통한 와인 디렉터의 지시에 따라 정확한 위치로 날아가 와인을 꺼내오는데, 올라가는데 10초, 내려오는데 10초 걸리는 이 ‘공연’이 하나의 섹시한 볼거리로 자리잡았다.
오레올 식당을 디자인한 건축가 애덤 D. 티하니(Adam D. Tihany)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에서 탐 크루즈가 천장에서 내려오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와인 타워를 지었다고 한다.
오레올은 타워 외의 와인 셀라에 4,500여종 총 6만병을 저장하고 있어 명실공히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그렇다고 이 식당이 와인만 충실한 것은 절대 아니다. 와인 셀렉션이 워낙 대단해서 강조된 것이지 음식이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프렌치 스타일의 전통 미국음식을 예술로 승격시킨 찰리 파머의 아메리칸 쿠진은 최상의 다양한 식재료를 엄선, 계절 감각이 살아 움직이는 끝없는 창의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캘럽 샌드위치(Sea Scallop Sandwich in a Crisp Potato Crust)와 카버네 소스 필레 미뇽(Wood-grilled Filet Mignon with Cabernet Sauce) 같은 ‘작품’은 이미 요리 업계에서 클래식이 돼버렸고, 전통을 존중하면서 새롭게 창조하는 파머의 요리들은 하나 하나가 모두 컬리너리 아트, 즉 예술로 평가받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메인 다이닝룸.

메뉴를 한번 들여다보자.
퍼스트 코스 맨 위에 온스당 150달러나 하는 벨루가 캐비아(Caspian Sea Beluga Caviar)로부터 푸아그라와 트러플(송로버섯)이 들어가는 오니언 수프(Charlie’s Onion Soup), 100년된 발사믹 비니거가 사용된 샐러드(Mesclun Salad), 차게 한 산타바바라 왕새우 요리(Gently Poached Santa Barbara Prawn), 지중해 식으로 조리된 튜나(Trio of Ahi Tuna ‘Mediterranean’ flavors), 그리고 마켓 사정에 따라 다르게 준비되는 푸아그라(Seared ‘Hudson Valley’ Foie Gras) 등등이 있다.
메인 코스 메뉴는 각각 어울리는 특별 소스 및 야채요리와 함께 서브되는 할리벗(Chervil Crusted Halibut), 알래스카 연어(Wild Alaskan ‘Mystic’ Salmon), 메인 랍스터(Broiled Maine Lobster) 등 생선요리들, 필레 미뇽과 소꼬리 마말레이드(Duo of Filet Mignon and Oxtail Marmalade), 마늘 양념 양고기 구이(Colorado Rack of Lamb with Sweet Garlic), 거위 요리(Moulard Duck Breast and Duck Confit Spring Roll), 송아지고기(Caramelized Veal Chop) 등.
아울러 특별히 ‘예술’로 평가받는 디저트는 초컬릿 수플레, 시트러스 치즈케익, 시나몬 애플 도넛, 파인애플 타트, 밀크 초컬릿 헤이즐넛 파르페, 레몬 허클베리 크림 브룰레, 프레시 래스베리, 아이스크림과 소벗, 치즈 플레이트 등 11가지가 있으며 그 외 직접 만든 초컬릿 박스도 인기다.
가격은 요리마다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이 세가지 코스 중 하나씩 골라 시키는 프리픽스(prix fixe) 메뉴가 식사하는 방에 따라 일인당 75~85달러이다.
그러나 오레올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프리픽스 메뉴보다는 셰프가 마음대로 내오는 7 코스의 ‘테이스팅 메뉴’(Tasting Menu)를 선호한다. 7코스라고는 하지만 첫 코스가 나오기 전 우리 식으로 ‘찌께다시’라고 말해도 좋을 주방장 ‘맛배기’가 서너가지나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는 10코스쯤 된다. 가격은 역시 식사공간에 따라 일인당 95~105달러이며 매 코스마다 어울리는 와인과 매치시켜 주는 와인 페어링(wine pairing)은 따로 일인당 55달러이다.
이 테이스팅 메뉴를 먹으려면 적어도 2시간30분 정도의 시간을 잡아야 하고, 처음에 그냥 나오는 각양각색의 빵들에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각 코스의 음식이 아주 적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맛있어서 싹싹 긁어먹기 때문에 메인 디시가 나올 즈음에는 배가 불러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와인 페어링까지 하면 디저트는 손도 못 대고 나오게 된다. 가격이 식사공간에 따라 다른 이유는 특이한 식당구조 때문이다. 오레올의 인테리어는 한마디로 ‘엘리건트’와 ‘클래식’으로 우아하고도 고급스러우며 대단히 업스케일한 분위기인데 9,150스케어피트의 대형 공간을 5개의 다이닝룸으로 분류해 각자 다른 분위기로 꾸몄다.
버건디와 골드 톤의 인테리어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메인 다이닝룸’(150석), 백조 두마리가 노니는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스완 코트’(60석) 그리고 3개의 프라이빗 다이닝 룸(테라스 룸, 보드 룸, 센터 룸, 총 90석)으로 나뉘어있기 때문에 이중 어느 곳에서 식사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라스베가스에 가면 다른 식당은 몰라도 오레올 만큼은 한번 큰 맘 먹고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뜻하지 않게 횡재했다면 말할 것도 없고. 오후 6시에 오픈, 디너만 제공한다. 예약전화 (702)632-740


필레미뇽과 소꼬리 요리.


캐비아 얹은 굴요리


스캘럽과 송로버섯 요리.


■ 7코스 테이스팅 메뉴와 와인 페어링 (8월27일 현재)

Mediterranean Ahi Tuna Trio(Kris, Pinot Grigio, Venezia 2004)
Potato-Truffle Gnocchi(Dirler, Pinot Gris, Alsace France 2002)
Citrus Grilled Escolar(Brundlmeyer, Riesling, Austria 1997)
Moulard Duck Breast and Crispy Foie Gras(Torres, Nerola Spain 2001)
Duo of Filet Mignon and Oxtail Marmalade(Chateau Pontet-Canet, Pauillac 2000)
Cheese with Black Mission Fig Polenta Cake(Taylor Fladgate, 20yr Tawny)
Flourless Chocolate Torte with Strachiatella Gelato(Schloss Schonborn, Beerenauslese Germany 2003)
Petits Fours and Handmade Chocolates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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