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쓰는 교육현장 체험담-부모님의 역할
2005-09-19 (월) 12:00:00
“지원서에 부모 직업 뭐라고 쓸까요?”
“하시고 있는 일 그대로 쓰면 되죠”
언젠가 보스턴 아카데믹을 통해 오랫동안 컨설팅을 받아 오던 학생의 아버지께서 흥미로운 전화를 필자에게 걸어온 적이 있었다. 그 분의 아들은 그 때 대학 지원을 앞둔 고등학교 졸업반으로 아들의 대학 지원서에서 부모의 학력과 직업을 묻는 난을 직접 기입하던 중이었다.
그 분이 필자에게 던진 질문은 이러했다: “지원서 둘째 페이지에 부모의 직업과 직위를 묻는 항목이 있습니다. 엄 선생님, 제가 뭐라고 써야 할까요?”
그 질문을 듣고 처음에 필자는 당황했다. 그 분 질문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필자의 답은 간단했다: “김 선생님, 본인이 하시고 계신 일, 직업을 쓰세요.” 그 분의 다음 말을 듣고서야 필자는 그 분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엄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대학을 다니지도 않았고 지금도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 아들의 지원서에 무엇을 써야 합니까?”
필자는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했다. “김 선생님, 그냥 본인이 진짜로 하는 일을 적으세요. 매우 간단한 질문입니다. 사실을 말하세요.” 그제서야 이해한 듯 했다.
그러나 그 분이 팩스로 보내온 지원서 사본을 검토하다가 김 선생님이 직업란에 “개인 사업”이라고 적고 직위는 “CEO”라고 기입한 것을 보고 필자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 분은 아주 당당히 거짓말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결코 가보지도 않은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한 술 더 떠서 자신이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면 아들의 입학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까지 필자에게 하였다.
사실만을 기록하라고, 그래서 직업을 ‘킴스 세탁소’라고 하고 직위를 ‘소규모 자영업자’라고 하시라고 아무리 필자가 말씀 드려도 그 분은 사실보다 더 근사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우겼다. 이런 전형적인 아시아 아버지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이들은 높은 지위와 근사한 이력이 자기 아들의 대학 입학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
이 아버지의 생각은 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문화적 규범과 기본적으로 평등주의에 기초한 미국적 규범과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미국 대학 입학심사 과정에서 적용되는 원리는 후자인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개인적 연줄이나 대단한 가족 배경이 때때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미국의 명문대학 입학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은 아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자신의 할아버지 사촌 조카의 골프 친구이긴 하지만 한번도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는데도) 조지 부시 대통령의 형식적 추천서를 얻는다거나 또는 아버지나 삼촌이 CEO이거나 유명인사라는 사실이 여러분들이 스탠포드나 예일 또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지원할 때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 부모의 교육 배경과 직업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지원자가 성장한 배경과 맥락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최대한 공정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이 자라면서 가정에서 받았을 영향을 매우 심각히 고려한다.
아버지가 하버드 출신 의사이고 어머니가 스탠포드 출신 박사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대학이라고는 가본 적이 없는 홀어머니의 네 아이 중 하나로 자란 학생에 비해 삶과 기회라는 측면에서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각자 자란 배경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여 입학사정관들은 이들 학생들을 다른 잣대로 완전히 다르게 평가를 하게 된다. 이들이 이룩한 개인적 업적은 그들이 처한 나름대로의 맥락을 고려하여 평가되는 것이다. (617)497-7700, www. Boston Academic.com <다음 주에 계속>
앤젤라 엄
<보스턴 아카데믹컨설팅그룹
창립자겸 수석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