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레이스 김의 독서 가이드

2005-09-1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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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낙원(Peach Heaven)

미국 아동문학(Children’s Literature)계에서 한인 작가들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아쉽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인종의 작가들에 비해 한인 아동작가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으며, 그에 대한 연구 또한 거의 전무라고 할 정도로 빈약한 상태이다.
중요한 것은 최근 한인 작가들의 문학계 등장이 줄을 잇고 있으며 작품 또한 그 수와 다양성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한국에서 성장한 후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의 School of Visual Arts 대학에서 석사를 받은 후 직접 그림책을 쓰기도 하고 삽화를 그리기도 하며 삽화가(illustrator)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최양숙씨의 최신 작품 ‘복숭아 낙원’(Peach Heaven)을 소개하고자 한다. (삽화: 글의 전개나 이해를 돕고 또 흥미를 돋우기 위해 책 속에 포함되는 그림을 일컫는 용어)
작가 최양숙씨는 1997년 Publishers Weekly가 선정한 최우수 아동 문학 삽화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으며 어린이들이 직접 선정해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상인 캘리포니아 Young Reader Medal 과 국제 아동 도서상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등 훌륭한 작가로 성장 중이다.
그녀의 최신작 ‘복숭아 낙원’은 첫 페이지가 한글로 쓰여진 ‘부천, 한국 1976년 8월’로 시작한다. 계속해서 ‘양숙아, 양숙아, 할머니께서 내 이름을 부르시는 것을 들었지만 나는 복숭아 낙원을 꿈꾸고 있었다. 비가 며칠째 내려서 나는 밖으로 놀러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 있었다’로 이어지는데 작가가 1976년 8월2일 실제로 부천에서 살 때 폭우와 함께 복숭아들이 마치 우박처럼 떨어지던 일을 회고하며 쓴 글이라고 작가후기(Author’s note)에서 설명하고 있다.
폭우 때문에 산 위에 있던 과수원의 복숭아들이 그만 모두 떨어져 내리면서 마을 사람들은 즐거워하면서 복숭아를 주워 잔치를 벌인다. 그러나 비가 그치고 주인공의 생각은 이제 갑자기 복숭아들을 모두 잃게 된 과수원 사람들에게 미치게 된다. 과수원 사람들이 비 때문에 일년 동안 공들인 복숭아를 모두 잃어버리고 하루아침에 생계조차 막막해진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주인공 양숙은 동네 아이들과 함께 복숭아들을 주워 모아 과수원에 가져다주고 동네 어른들도 이 일을 돕기에 이른다. 급기야 떨어진 복숭아들을 실로 나무에 묶는 장면이 벌어진다. 큰 피해를 입고 실의에 빠져 있던 농장 주인들의 얼굴에 고마운 이웃들의 정성으로 웃음이 되찾아 온 것은 물론이다.
작가는 이밖에도 미국에 이민온 은혜가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며 새 이름을 가지려 한다는 내용을 그린 ‘이름 항아리’(The Name Jar), 한국의 전래 동화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The Sun Girl and the Moon Boy) 등을 발표했는데 우리의 고유하거나 평범한, 결코 어렵지 않은 이야기를 미국인이 재미있게 읽고 또 이해하기 쉽게 전한다는 데서 그녀의 재능이 엿보이며 작가를 희망하는 우리 2세들에게도 좋은 교감이 될 것 같다.
한편 한국을 소재로 한 그림책 중 빼어 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박소영(Soyung Pak)의 ‘보고싶은 준호에게’(Dear Juno)로서 미국에 사는 준호와 영어를 모르는 서울의 할머니와의 대화를 그린 내용이다.
미국에 사는 준호는 서울의 할머니가 한글로 써서 보내는 편지를 읽을 수는 없지만 사진을 보고 할머니께 새 고양이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 준호는 그림으로 답장을 보낸다. 비록 말은 안 통해도 서로 마음이 통하고 사랑을 전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들 그림책들은 내용뿐 아니라 그림으로도 한국의 정서를 흠뻑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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