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式 투기 발붙이나”

2005-08-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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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대규모 부동산 박람회장?

▶ 부동산에 몰려다니는 한국인 눈살…부동산 버블 여론 높아

무분별한 모기지 대출이 늘어나 주택 가격 하락시 큰 충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밴쿠버 다운타운에 소재한 부동산관련업체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부동산 박람회 개최를 기획하고 있어 주택 구입자들의 꼼꼼한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금 밴쿠버에서 일고 있는 부동산 경기 열기는 일부 한국인과 중국인 중개업자들에 의해 다소 부추겨지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자칫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때 커뮤니티 사회의 고용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 커다란 타격을 줄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인 동포들의 주택구매 과열은 지난 7월 코퀴틀람 타운센터에 위한 웨스트우드빌리지 사전분양 현장에서 뿐만아니라 지난주 빅토리아시에서도 나타나 ‘한인들만의 잔치’를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현상들이 실수요자들에 의한 주택열기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일부 투기꾼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구입된 매물들은 고스란히 한인동포들에게 프리미엄이 수만불 얹어진채 전매로 이어져 한인끼리의 ‘뜯어먹기식 행태’가 지속된다는데 있다.
또한 무엇보다 갓 이민자들 조차도 새로운 땅에서 건실한 일을 모색하기 보다는 한국처럼 콘도를 사놓으면 떼돈 벌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너나 할 것없이 주택구입에 나서고 있는것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밴쿠버에서 1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했다는 L모씨는 “캐나다의 정상적인 가정의 경우,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집세도 내고 살수 있는데, 이런 룰이 불과 2∼3년 전부터 급격히 깨지고 있다”면서 “일부 한인들의 경우 자기돈 10만달러만 있으면 모지기해서 콘도구입해 미등기
전매 등을 통해 차익을 챙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투기꾼들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이같은 현상은 한국의 고질병인 한국식 아파트 구매방법이 이곳 밴쿠버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캐나다 주택시장에서는 전매라는 것도 없었고, 대규모 박람회 뿐만 아니라 써리지역에서 5개동이 한꺼번에 지어지는 사례도 없었다”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한국식 부동산 열기가 밴쿠버에서 일고 있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인으로 베테랑인 S씨는 “캐너디언 빌더들은 주택매매를 해도 리얼터들을 불러 광고를 하는데 반해, 한국 업자들은 소비자를 직접 불러들여 매매를 벌이고 있다”고 당혹해 했다.
S씨는 또 “대규모 박람회장 같은 경우에는 어떤 업체든지 등록해 부스를 마련할수 있기 때문에 이런곳에서 소비자들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소위 한국처럼‘떳다방’에 피해보지 않도록 사전에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사와 같은 큰 회사는 일반인들도 잘 알지만 회사명을 들어보지도 못한 작은 빌더들도 많기 때문에 그들이 부스를 얻어 주택매매를 하고, 계약금을 받아 달아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겨지기 때문이다.
S씨는 이밖에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계약금이 변호사 신탁구좌 또는 부동산회사 구좌로 입금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 부동산전문가들의 비판처럼 외국인 전문가들도 밴쿠버의 과열 부동산경기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다.
부동산 중개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캐나다 부동산협회(CREA)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소문에따라 오르기전 사전 승인된 모기지 이자율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이럴 경우 내년 하반기에는 주택 매매가 하강세로 돌아서 최소 2년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인 그린스펀씨도 “2001년 이래 투자목적의 주택구입이 크게 늘어 일부 지역 주택시장엔 투기적 열풍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주택경기가 하락할 경우 모기지론으로 구입한 주택의 경우 ‘특히 우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밴쿠버의 부동산분석가 오지 쥬락씨는 “국내 주택시장의 붐이 막바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어떤 것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며 경고했다. /안연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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