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를 ‘독종’ 만들어 보내라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의 들녘처럼 평온한 여름을 보냈던 고교 졸업생들은 이제 스스로를 점화하는 힘, 야망을 안고 대해로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애정과 신뢰를 보내준 부모와 사회에 대한 무겁지만 즐거운 책임감도 느끼면서 그들은 이제 떠날 것이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행복한 기분으로, 그리고 새롭게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희망에 들떠서. 경험의 묶음이 삶이라고 할 때 그들의 경험은 아직 일천하여 생에 대한 관조와 여유가 있을 수 없다. 부모의 탯줄을 달고 보호막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역경에 무릎꿇지 않을 의지도 미약하다. 그들이 거쳐가야 할 파고는 높고 폭풍 후는 거셀텐데 부모들은 이 ‘순둥이’를 대해로 밀어내야만 한다. 꼭 줘서 보내야 할 티켓은 ‘좌절에 굴하지 않는,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하는 독종 의지’이다.
공부 어렵고 학점 안나와 자책-좌절하기 쉬워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의지 길러줘야
‘가문의 영광’ ‘LA가 낳은 수재’ ‘온 동네 자랑거리’‘화제의 인물’‘부모 속 한번 썩이지 않았던 순둥이’등 각종 훈장을 달고 대학 새내기 자녀들은 캠퍼스로 떠난다. 그러나 한 학기가 지나고 1년, 2년이 지나면 이들은 슬그머니 훈장을 내려놓고 자신도 부모도 그는 그냥 많은 무리중의 한 명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한인사회에 누가 어느 대학에 입학했다더라는 환호는 항상 떠들썩한데 졸업해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후일담은 조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 칼리지는 다르다고. 아무리 하찮게 여겨지는 동네 2년제 주니어 칼리지라고 해도 중고교 시절 처럼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악전고투를 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험한 벽이라고. 하물며 한인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동부 명문대학들과 캘리포니아내 주립대학들은 말할 것도 없다. 미 전국 ‘가문의 인재’들이 모여 각축하는 거대한 경쟁무대이므로.
아무리 노력해도 올라가지 않는 학점 때문에 벽에 머리를 들이받는 광경도 목격되고 책 속에 저당잡힌 사춘기를 대학에서 뒤늦게 앓느라고 존재와 존재자 사이에서 심하게 방황하기도 한다. ‘고독이 생의 영원한 동반자’임을 이들 어린 영혼이 알 리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 혹은 이성친구에 대한 숨막히는 그리움으로 한밤을 꺽꺽 울면서 보내기도 한다.
이율배반적인 상류 사회의 독특한 스타일에 적응 못해 기숙사에만 처박혀 있는‘방콕’이 되다가 컴퓨터 게임에 빠지고 아침에 못일어나 한 두번 강의 빠지다가 급기야 낙제통지서를 받고야 마는 사례도 명문대 한인 재학생들이 간혹 겪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하고있다.
가정교사, 학원 등으로 아쉬운 것 없이 공부해서 능력보다 더 높은 성적으로 능력에 부대끼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겪는 고충 또한 만만하지 않다. 잘나가던 과거의 나에 비해 초라해진 자신과 직면해야 하는 ‘부풀려진 꿈’들, 누가 해치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붙잡아줄 힘은 역경과 장애 앞에 무릎 꿇지 않는 강인한 의지력밖에는 없다.
<정석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