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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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민 남을까? 영국 백작 될까?

2005-07-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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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점 점원 은퇴 케펠, ‘혈통 상속’고민

식품점 점원으로 평생 일하다 최근 은퇴한 빌 케펠(52 유바시티 거주)은 특별한 고민에 빠졌다. 은퇴자의 느긋한 삶을 포기하고 영국의 귀족사회에 입문할 것인가가 고민의 초점.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52년간을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온 그는 지난달 영국의 한 기자로부터 예기치 않았던 전화를 받았다.
영국 엑세스의 10대 백작인 사촌이 사망했기 때문에 차차기 백작 후계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로드 윌리엄 케펠 백작 서거로 홀아비 아들(61세)이 11대 백작이 되었지만 그에게 후사가 없기때문에 12대 백작 지위는 미국의 그에게 상속된다는 것.
그가 자신의 귀족 혈통을 안 것은 청소년 때인 1966년이었다. 부친이 영국에서 온 전화를 받고 말해줬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상태로 27년간 식품점의 점원으로 하루종일 카운터에 서서 일했고 그 대가(?)로 무릎을 철심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고 최근 은퇴했다.
백작 후계자 통보에도 관심이 그다지 없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국 귀족서열 3번째의 백작 타이틀이 돈생기는 것도 아니면서 영국정치에 깊이 관여해야 하는 골치 아픈 위치”라는 것이 무관심의 가장 큰 배경.
특히 그는 자신이 52년간 지녀 온 미국 시민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자신이 백작이 되기 위해 막 백작이 된 폴 케펠이 죽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과 또 하나는 영국이 과연 미국인 백작을 좋아하겠느냐는 회의감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후 어쩔 수 없는 관심속에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가계 혈통과 역사를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곧 선조대로 찾아 올라가는 뿌리 찾기 영국 여행을 난생 처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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