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Beer “거품이 나도록 따라야 향 ·맛 그대로”

2005-07-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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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상 윤씨의 ‘맥주 마시기 101:진짜 즐기는 법’
LA타임스 소개… 유명식당 ‘파더스 오피스’ 운영

상온과 냉장고 온도 중간되게 냉장고서 꺼내 5~10분간 두었다 마시고
긴 잔에 처음에 과격하게 따라 거품 낸 후 마셔야 제대로 즐길 수 있어

와인만 마시는 법이 있는 게 아니다. 위스키에도 마시는 법이 있고, 코냑도 마시는 법이 있으며, 테킬라도 마시는 법이 있다. 그리고 맥주에도 ‘마시는 법’이 있다고 한다.
누구나 쉽게 벌컥벌컥 마시는 맥주에 무슨 마시는 법이? 6월15일자 LA타임스는 맥주 기사를 푸드 섹션 커버에 싣고 전문가들이 쓴 ‘맥주 마시기 101: 맥주 진짜 즐기는 법’을 소개했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찰스 페리와 상 윤씨(Sang Yoon)인데 상 윤은 주류 요리업계에 널리 알려진 한국인 셰프로 샌타모니카에서 ‘파더스 오피스’(Father’s Office)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파더스 오피스’는 맥주와 햄버거에 관한 한 미국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식당으로, 맥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프와 그라가 재료로 들어간다는 햄버거는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데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상 윤씨와 파더스 오피스와 그의 레서피에 관해서는 거의 매년 LA타임스에 다양한 기사로 소개되곤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 신문에서는 몇차례나 인터뷰 요청을 해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신문차별인가? 아무튼 그가 주장하는 맥주 진짜 잘 마시는 법이나 요약해 보자.
사람들이 보통 맥주를 마실 때는 이렇게 한다. ‘냉장고에서 맥주병(캔)을 꺼낸다. 뚜껑을 열고 잔에 따른다. 단숨에 주욱 마신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것은 맥주를 내장 속에 부어넣는 것이지 맥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다.
맥주를 제대로 마시려면 일단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5~10분간 그냥 놔둔다. 왜냐하면 맥주가 너무 차가울 때는 그 맛과 향을 충분히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맥주는 상온과 냉장고 온도의 중간 정도일 때, 라거(lager)는 화씨 50도에서, 에일(ale)은 60도 정도에서 가장 맛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거품. 맥주를 글래스에 따르면 거품이 올라오는데 여기에 맥주의 향이 집합돼있다.
샴페인의 버블이 날아가면서 향을 내듯 맥주도 거품이 날아가면서 그 델리킷한 향을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맥주를 병째 마시거나 거품을 내지 않고 따라 마시는 것은 맥주맛을 거의 다 놓친 채 마시는 것이다.
맥주는 처음에 과격하게 따라서 거품을 형성한 다음 나머지는 잔 벽으로 흘러내리도록 살살 따르는 것이 좋다. 따라서 맥주 잔은 입구가 넓지 않은 것이 좋다. 생맥주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형 머그는 맥주 맛보기에 적합하지 않다. 대신 롱 글래스, 긴 잔이 좋다. 거품이 튀어나오지 않고 부케(향)가 잘 모아지기 때문이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좋은 거품을 내기 위해서는 아주 깨끗한 글래스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기름기가 있거나 비누가 덜 닦인 것은 거품내기를 방해한다.
한 예로 잔에서 거품이 넘칠 때는 손가락을 갖다대기만 해도 거품이 수그러드는데 그 이유가 손에 있는 기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다음으로 따라놓은 맥주 잔을 살짝 돌려서 향기를 맡는다. 라거에서는 드라이한 빵냄새, 에일에서는 좀더 스파이시한 향과 함께 호프 냄새가 향긋하게 느껴질 것이다. 호프의 종류에 따라 월계수 잎, 소나무, 감귤류, 꽃 냄새 등 다양한 향을 맡을 수 있다.
맥주에서 맡아서는 안되는 냄새는 퀴퀴한 구린내다. 맥주에서 썩은 치즈 냄새, 혹은 ‘푹 익은 듯한’ 맛이 나는 이유는 초록색 병에 든 맥주가 햇빛에 노출되면 색깔과 광선 스펙트럼의 영향으로 호프의 산성이 변질되면서 다른 성분까지 해친 결과로, 상당히 많은 맥주에서 이 나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것을 라거의 자연향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초록색 병에 든 맥주는 절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산화된 맥주에서 나는 플랫한 마분지 냄새나, 쓴맛도 좋지 않다. 이때의 쓴맛은 호프가 가진 쌉쌀한 맛과는 다른 것이다.
이처럼 맥주는 운송과 보관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와인만 보관이 중요한 줄 아는데 오히려 맥주가 와인보다 더 쉽게 상할 수 있다. 병맥주를 창고에 몇주간 쌓아두거나 좋지 않은 날씨에 밖에 오랫동안 방치하면 금방 변질되는 것이다. 드래프트 비어가 인기있는 이유는 맥주를 담은 통을 냉장 상태에서 운송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마시는 순서. 맥주 한모금을 후루룩 마시면서 입안으로 살짝 공기를 빨아드리면 맛이 훨씬 잘 느껴진다. 몰트의 카라멜 같은 단맛, 호프의 쓴맛 등 몰트와 호프의 감칠맛을 입으로부터 코에까지 충분히 즐기면서 마시는 것이다.
당신이 맥주를 최대한 존중하여 마시면 맥주도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맛으로 보답한다. 맥주는 진정 당신의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맥주와 햄버거 전문가 상 윤씨가 맥주를 마시고 있다.





거품이 나도록 따라야 특유의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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