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떼를 치며 ‘스쿠버 다이빙’
2005-07-01 (금) 12:00:00
거창하게 ‘인생의 꿈’이라는 단어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해보고 싶은 몇 가지가 있었다. 강원도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처음 배웠을 때 “나도 언젠가는 미국에 가리라”는 것도 그 중의 하나였고 또 다른 하나는 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꿈이었다.
꿈을 꾸는 사람에게 꿈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늘 그 꿈을 생각하며,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기회가 오면 얼른 붙잡기 때문이 아닐까? 버스를 기다려온 사람이 얼른 올라타듯이…
중학교 시절, 한국에서 TV를 통해 처음으로 바다 속을 구경했을 때, 그리고 마치 물고기가 된 것처럼 깊은 바다의 신비를 누리는 스쿠버 다이버들을 봤을 때,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깊은 바다를 보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마침내 기회가 왔다.
십 수년 전, 미국 목회의 첫 파송을 하와이로 받은 것은 내 인생의 큰 축복이었다. 교우들과 함께 천국 같은 교회를 섬겼던 것도 큰 축복이었지만, 스쿠버 다이빙 라이선스를 위해 400달러만 준비하면 누구나 쉽게 스쿠버 다이빙을 배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가 소년 시절부터 기다려 온 버스였다.
때묻지 아니한 형형색색의 산호들, 파도에 몸을 맡기고 훌라처럼 춤을 추는 남태평양의 열대어들, 등골이 오싹하도록 무서웠던 드라곤 뱀장어의 위용은 생각만 해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 설렘 들이다.
수중 라이트를 켜고 밤바다에 들어가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태양 빛을 피해 깊은 동굴에 숨어있던 온갖 종류의 랍스터와 게 그리고 새우 등의 갑각류가 활개를 치며 거닐게 되는데 수중 라이트 불빛에 반사된 그들의 눈이 캄캄한 밤바다 속에서도 보석처럼 반짝인다. 고기들도 잠을 잘 때는 45도 각도로 누어서 잔다는 것, 얼마나 깊이 잠이 드는지 가까이 가서 손가락으로 건드려야 후다닥 정신을 차리고 도망가는 고기가 있다는 것도 밤바다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위험한 곳은 깊은 바다가 아니다. 무거운 압축 공기통을 메고 바다에 들어가고 나오는 얕은 바닷가가 더 위험할 수 있다. 모래만 있는 안전한 바다는 볼게 없으니 들어갈 필요가 없고 바위가 있는 얕은 바다엔 늘 파도가 치기 때문이다.
섬 전체를 삼키는 쓰나미가 올 때도 오히려 바다 속은 안전할 수 있다. 남아시아를 폐허로 만들었던 지난해의 쓰나미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오히려 깊은 물 속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던 한 부부가 살아남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쓰나미의 중심지 태국 피피섬에서의 일이었는데 스쿠버를 끝내고 물위로 올라와서야 쓰나미가 지나간걸 알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목회도 스쿠버 다이빙과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다. 인간적 보장을 위해 적당히 헌신하고 자신을 챙기는 얕은 바다의 목회보다 차라리 “죽으면 죽으리라”고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는 깊은 바다의 목회가 오히려 더 안전하지 않을까?
우 광 성 목사
(은강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