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주헌 박사의 교육칼럼-부모님 전상서-엄마 아빠께 보내는 자녀들의 부탁

2005-06-2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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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저를 버릇없는 아이로 만들지 말아주세요-제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자꾸만 칭얼거리는 것은 다만 두 분을 시험해 보는 것뿐이에요.
▷저에게 엄격하게 대하는 것을 망설이지 마세요-단호하고도 확고한 규율들은 오히려 저를 편안하게 하니까요.
▷제발 제가 나쁜 버릇들을 갖지 않게 해주세요-아주 어린 나이에 시정할 수 있는 사람은 두 분뿐이니까요.
▷제발 저를 실제 저 자신보다 작은 사람으로 만들지 마세요-그러시면 저는 어리석을 정도로 더 큰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으니까요.
▷제발 타인들 앞에서 야단치지 마세요-은밀하고 조용하게 얘기하시면 훨씬 잘 알아들을 수 있거든요.
▷제가 간혹 저지르는 실수들에 크나큰 죄악을 범한 것처럼 느끼게 하지 마세요-제 자긍심에 큰 상처가 되니까요.
▷제 행동에 수반되는 결과들을 감수케 해주세요-때론 힘들게 배우기도 해야 하니까요.
▷때때로 두 분을 증오한다고 소리지를 때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두 분이 미운 게 아니고, 제가 원하는 것을 못 가지게 할 수 있는 두 분의 권위에 도전하는 말일뿐이에요.
▷제 사소한 병치레에 너무 지나친 관심을 주지 마세요-때론 그런 꾀병들이 제가 원하는 두 분의 관심을 불러줌을 이용할 때도 있거든요.
▷제발 꼬치꼬치 잔소리하지 말아 주세요-그럴 때마다 귀머거리 행세로 나를 방어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제 맘속에 있는 말들을 명료하게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마세요-제가 때론 확실치 못한 이유가 그것이니까요.
▷제 질문들을 자꾸 회피하지 마세요-그러시면 두 분께 더 이상 묻지 않고 다른 곳에서 내 의문점들을 풀려하게 되거든요.
▷제발 일관성을 잃지 말아 주세요-그러시면 제가 너무도 혼돈스럽고 두 분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니까요.
▷제가 간혹 느끼는 불안감이나 공포들을 어리석은 것이라고만 말하지 마세요-그것들은 너무도 생생한 느낌이며 두 분의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자세는 저에게 너무도 큰 도움이 되니까요.
▷두 분은 언제나 완벽하며 절대로 틀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은근히 믿게 하지 마세요-두 분이 완벽하지도 않고 실수투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제게 큰 충격이 되니까요.
▷제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두 분의 권위에 큰 손상이 가는 것으로 생각지 마세요-두 분의 진솔한 사과 말씀은 제가 놀랄 정도로 두 분께 훈훈한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거든요.
▷저는 항상 모든 것들을 직접 해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이것저것 부딪쳐 보지 않고는 어른이 되지 못할 때니까 제발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놀랄 만큼 빨리 성장하고 있음을 잊지 마세요-제 성장속도를 맞추시기가 힘드시겠지만 보조를 맞추려고 힘써 주세요.
▷두 분의 무한한 사랑과 이해심 없이는 제가 무럭무럭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아시죠? 꼭 말씀드릴 필요는 없죠?
첫 직장이었던 Dr. Genstil이 운영하던 상담소에서 얻었던 메모다. 원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후 자녀문제 상담을 할 때마다 꼭 부모들에게 먼저 읽게 하곤 했다.
우리 부모들은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부모 모두가 교육학자나 심리학자가 될 수도 없으며, 또 그러한 지식들이 완벽한 자녀들로 자라게 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어떤 고민이나 좌절감도 터놓고 하소연할 수 있는 가정 분위기, 밀착된 가족관계 속에서 긍정적이고 모범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부모 밑에서 문제자녀가 나올 수 있을까?

이주헌
<교육심리학 박사·행동수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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