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도시’베니스, 내달 4일 탄생 100주년 집안싸움에 축제 무산‘썰렁’
2005-06-25 (토)
다양한 주민 불협화음 서핑대회 등 기념행사 취소·축소 잇달아
한인타운과도 멀지 않은 베니스는 LA카운티에서 사회적, 문화적,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사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전세계 관광객들은 베니스 비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특이한 팝 문화를 맛보기 위해 속속 몰려든다. 그런 분위기는 영화나 연극 배우들이나 무명 예술가들, 점성술사, 또 노숙자들까지도 같이 끌어들여서 왁자하면서도 반짝반짝하는 독특함을 연출하는 곳이다.
다양한 인종과 계층들이 공존하면서 은근히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도시, 베니스가 오는 7월4일로 100주년 생일을 맞는다. 베니스 주민들은 원래 베니스 탄생 100주년 기념축제를 성대하게 한여름 내내 펼칠 예정이었다. 이번 25일 개장되는 카니벌을 시작으로 서핑 콘테스트, 수영복 미인 선발대회, 가면축제, 야외 콘서트와 연극, 영화제, 전시회 등을 계속 펴나가며 현재의 분열된 도시 분위기를 모으기로 했다.
그러나 개막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베니스의 분위기는 참담할 정도. 1년 전부터 구성된 베니스 100주년 행사준비위원회(위원장 데이빗 부캐넌-마리나 미디어 그룹 홍보담당)의 30명 대표들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서 계획됐던 특별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머슬비치에서 3일간 개최키로 했던 육체미 콘테스트는 하루에 끝내기로 됐고 수개월 전부터 홍보포스터에 광고됐던 수영복 콘테스트조차도 여성단체등의 반발을 이기지 못해 취소됐다.
또 부캐넌 준비위원장이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약속했던 대형 야외콘서트나 연극제 개최나 또 예전에 윈워드 애비뉴에 쭉 있었다가 지금은 없어진 ‘VENICE’ 네온사인의 재설치도 물 건너가게 생겼다.
전국 기업체로부터 약 25만달러의 도네이션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으나 아직 돈을 내놓은 것은 없다. 다만 몇 개 회사로부터 겨우 수천달러를 받아 준비위원회는 지금까지 총 7만5,000달러만 행사비용으로 확보한 상태다. 그외에 행사용 음료수나 병물 정도의 도네이션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
베니스의 100주년 행사가 순조롭지 못한 이유로는 커뮤니티 자체의 분열상이 꼽히고 있다. 너무 다양한 계층이 모여살다 보니 각자의 의견이나 개성이 너무 강해 도통 합일점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베니스를 지역구로 한 시의원 신미 미시코우스키측은 “베니스만큼 주민들이 의견이 갈라지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한숨이다. 수백만달러 저택과 홈리스, 또 스타들과 무명 예술가들, 흑인과 라티노층이 함께 모이는 특징만큼 서로의 주장이 너무 극단을 달린다는 것이다.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