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파 밸리 경매행사 … 1,050만달러 모금

2005-06-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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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크 재킷서 여배우와 TV출연까지

매년 6월 나파 밸리의 세인트 헬레나에서는 호화판 경매행사가 열린다. 경매라기보다 축제라고 해도 좋을 ‘나파 밸리 와인 옥션’(Napa Valley Wine Auction)은 그 지역의 거의 모든 와이너리들이 참가하고 세계 각국의 와인 애호가 및 경매가, 유명인사 수백명이 모여드는 행사로 나흘 동안 와인 시음과 멋진 식사, 아트 쇼, 경매가 이어지는 연례 행사다.


와인 제왕 로버트 몬다비가 25년전 옥션 태동
행사후 시음회… 참여 부진하다 올해 큰 성과


1961년 처음 시작된 이래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적인 와인 자선경매로 자리잡은 이 옥션은 티켓 가격이 커플 당 7,500달러로 워낙 비싸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참가할 엄두도 못 내지만 여기에서 경매를 통해 모여지는 수익금은 엄청난 액수를 기록한다. 올해 옥션은 2일부터 5일까지 이어졌는데 나흘간 무려 1,050만달러를 모금,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제25회였던 올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토요일 열린 라이브 입찰경매(silent auction)로 ‘투나잇 쇼’의 호스트 제이 리노가 호스트를 맡아 진행했으며, ABC-TV 인기 싯콤 ‘절망적인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의 스타 테리 해처가 우정 출연, 경매실적을 올렸다.
경매에 나온 상품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코르크 재킷’. 코르크 와인 병마개들로만 만들어진 이 독특한 자켓은 제이 리노가 로버트 몬다비에게 입혀주었다가 경매에 내놓아 9만5,000달러에 팔렸다.
또 다른 특이한 경매품은 프랭크 패밀리 비녀드에서 내놓은 것으로, 여배우 테리 해처와 베벌리힐스에서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고 ‘절망적인 주부들’의 한 장면에 지나가는 사람으로 출연할 수 있는 상품인데 30만달러에 팔렸다. 입찰자는 인터넷 회사(VeriSign) 회장인 스트래튼 스칼보스. TV에는 그의 아내인 조디가 출연하기로 했다.
25년전 이 경매의 태동을 맡았던 전설적인 와인 제왕 로버트 몬다비는 올해도 아낌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40년만에 동생 피터 몬다비(Charles Krug Winery 대표)와 화해함으로써 화제를 뿌린 그는 동생과 40년만에 처음으로 함께 만든 카버네 소비뇽 한 배럴을 경매품으로 내놓아 40만1,000달러를 걷워들였다.
이 와인 배럴을 사들인 사람은 투자회사(High Point Ventures) 회장 조이 크래프트로 그녀는 이외에도 마지막에 나온 경매품을 55만달러에 사들였다. 마지막 경매품은 나파 밸리의 역사를 지켜가는 5개 와이너리들(Cakebread Cellars, Chateau Montelena, Joseph Phelps, Schramsberg, Silver Oak Cellars)이 내놓은 와인 625병이었다.
이날 최고가에 팔린 것은 새로운 컬트 와인으로 부상한 콜긴 셀라스(Colgin Cellars)의 더블 매그넘 와인 4병으로 텍사스 오스틴의 존 고어맨이 65만달러에 사들였다.
한편 행사에서는 옥션 외에도 각종 시음이 잇달았다. 특별히 둘째 날인 금요일에 열린 배럴 테이스팅에서는 2003년 나파 카버네의 시음이 있었는데 셰이퍼(Shafer Hillside Select), 코너스톤(Cornerstone), 턴불(Turnbull red blend)의 와인이 매우 강렬하고 균형잡힌 우수 와인으로 평가되었다. 특별히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일은 샤토 몬텔레나에서 세가지 다른 빈티지의 카버네를 선보인 것. 10년씩 차이를 둔 1977년, 87년, 97년의 와인들은 내놓았는데 87년산이 가장 훌륭한 맛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화려하고 성공적으로 올해 행사를 마쳐 업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지난 몇 년간 나파 밸리 경매는 관심과 참가가 계속 줄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었다.
2000년도에 950만달러를 모금한 이후 계속 참여가 줄어 지난해에는 530만달러까지 내려가는 위기를 맞았던 것.
그러나 올해 25주년을 기념하면서 부진했던 행사를 키우기 위해 주최기관인 나파 밸리 포도주업자협회(Napa Valley Vintners Association)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행사의 내용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티켓 가격을 지난해의 3배인 커플당 7,500달러로 올린 대신 입장객 수를 줄였고, 경매품도 엄선하고 숫자를 줄여 경매시간을 단축했으며 입찰 방식도 전과 달리 컴퓨터를 통해 하는 e-auction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판매가 저조해 다들 걱정했으나 토요일 열린 라이브 옥션에서 제이 리노와 테리 해처의 스타 파워에 힘입어 총 1,050만달러를 모금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25년 동안 나파 밸리 경매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금은 총 5,200만 달러. 모두 인근 지역의 의료서비스 및 주택문제 해소에 사용되어 왔다.



라이브 경매에서 호스트 제이 리노가 여배우 테리 해처를 경매 상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해처와 저녁을 먹고 TV의 한 장면에 등장할 수 있는 상품은 30만달러에 팔렸다.



여배우 테리 해처(가운데)가 프랭크 패밀리 비녀드의 와인메이커들인 리치 프랭크(왼쪽)와 타드 그래프와 함께 배럴 테이스팅을 즐기고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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