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날마다 교육현장에서

2005-06-1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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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다녀와서’<1>

비행기를 탈 때면 나는 언제나 겸손해진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의 극함이 삶에 대한 애착보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하는 기본적인 삶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절실해지면서 ‘좀 더 잘해줄 걸…’하는 반성도 한다.
히말라야의 설산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꿈이자 희망이다. 나는 등산 전문가도, 정기적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도 아닌, 그저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하나이다. 몇 년에 한번쯤 요세미티 공원의 John Muir Trail을 즐겨 오르곤 하는, 잊을 만 하면 한번씩 도장찍고 오는 정도지만 그래도 보고들은 바는 있어서 히말라야를 오르는 나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보곤 했었다.
내가 이번에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게 된 건 막연히 친구랑 올 휴가지를 네팔로 정하고 계획을 잡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막상 출발 시기가 두 달 전으로 다가오자 친구는 자신이 없는 지 출장을 핑계로 막판에 취소했다. 솔직히 홀로 여행이 자신은 없었지만 ‘어떻게 되겠지’하는 맘으로 밀어 부쳤다.
네팔인이 네팔 관광청 한국사무소와 여행사를 겸하여 운영하는 서울의 네팔전문여행사를 인터넷으로 찾아 계획을 대충 설명한 후 일정과 숙소를 일임했다.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예약하며 조정했던 지난 여행을 생각하면 지레 지쳐서 현지에 도착해서는 정작 편한 쉼을 얻지 못했던 단점이 있었기에 이번엔 좀 편해보자는 심산으로 현지 사정에 밝은 장점을 모색한 것이었다.
주위에선 안전한 그룹여행을 권했지만 원하는 곳에 좀더 머물고 쉬는 데 자유롭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려 여행사 직원에게 일정을 넉넉히 짜달라고 특별히 부탁을 해 놓았다.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르게 구체적으로 여행 계획이 짜여지면서 혼자 떠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초조함에 출발 이틀 전부터는 소화불량과 두통, 설사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떠나기 전 한달 간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에 고단백 저칼로리 식사로 몸을 다져온 그 간의 노력이 완전 물거품이 돼 버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늘 예기치 않은 일로 맘처럼 계획이 따라주지 못하는데도 그것마저 기쁨으로 여기는 나의 못 말릴 성격으로 인해 얼떨결에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네팔은 북으로는 티벳, 동으로는 인도에 접하고 지역적으로는 히말라야 지역 8,000미터 이상의 8개 봉우리가 속해있는 곳이다. 그 중 에베레스트, 마칼루, 마나슬루 그리고 안나푸르나 봉이 우리에게 익숙히 알려진 곳이다.
휴양 도시인 포카라를 거쳐 안나푸르나의 베이스 캠프에 못 미쳐 있는 푼힐 전망대를 찾았다.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안나푸르나의 빼어난 경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네팔의 여러 트레킹 코스 중 접근이 용이해 트레커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왜 네팔이냐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막연히 가슴속에 그리던 것을 실행에 옮기다 보니 기대 밖의 많은 도전이 따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생의 중반에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또 다른 꿈을 가질 수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또 살면서 내 힘으로 할 수 있었던 일보다 할 수 없었던 일이 더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거라 믿고 싶었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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