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연법칙따라 만든 웰빙 포도주

2005-06-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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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 구약성경에 나온대로 만든 ‘코셔(Kosher) 와인’

코셔 푸드, 코셔 레스토랑, 코셔 솔트, 코셔 와인… 등 음식에 관해 이야기할 때 ‘코셔’(Kosher)라는 단어가 붙은 말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의미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코셔라는 말이 붙은 음식은 재료와 요리법이 모두 유대인들이 지키는 코셔 법, 즉 구약성경(코라)에 기록된 식생활 법칙에 따라 만든 것을 말한다. 따라서 코셔 와인은 어떤 지역이나 포도품종의 이름이 아니며 다음의 4가지 법칙에 따라 만든 와인을 말한다.

첫째, 포도나무는 심은 지 4년이 지난 후부터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든다.
둘째, 포도원은 성경이 가르치는 농작법대로 7년에 한번 1년씩 땅을 놀린다.
셋째, 포도원에서는 포도나무만 재배한다.
넷째, 안식일을 철저히 지키는 유대인이 100% 코셔 재료를 사용해 와인을 만들고 숙성시키며 병입하는 전과정을 도맡는다.






아주 우수한 품질로 꼽히는 코브넌트 와인.


백포도주, 오크향 짙어 싸구려 맛
적포도주, 대체로 깨끗하고 단순

와인메이커들이라면 이 법칙을 모두 지키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우선 포도나무를 심고나서 4년이 지난 후에 열린 열매로 와인으로 만들라는 법칙부터 그렇다. 보통 포도나무는 3년째부터 좋은 열매를 맺기 때문에 1년 더 기다리라는 것은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7년마다 경작을 쉬고 땅을 놀리라는 것도 보통 와이너리로서는 지키기 힘든 규정이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포도를 발효시킬 때 보통 와이너리에서 사용하는 이스트가 아니라 특수 자연효소와 이스트를 사용하는 등 최대한 자연적인 방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코셔 와인이며, 그 중에서도 유월절 만찬용으로 만드는 와인은 더 엄격하게 유월절 규정을 지켜서 만들어진다.
사실 인류 역사로 따져 본다면 유대인만큼 와인을 잘 만들 수 있는 민족은 없을 지도 모른다. 일찍이 방주에서 나온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 자는 모습이 성경에 기록된 이후로부터 예수님이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는 기적에 이르기까지 성경 곳곳에서 와인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유대인들에게 와인은 성스러운 음료로 생각했으며 많은 종교적 의식에 중요한 도구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2,000년전 로마의 지배를 받은 이후 전세계로 흩어져 박해받으며 유랑민족의 역사를 이어가는 동안 유대인들은 포도나무를 경작할 땅도 제대로 소유하기 어려웠고, 이런 역사가 길어지면서 와인 제조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됐던 것이다.
미국에서 대중적인 코셔 와인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마니슈위츠(Manischewitz)라는 이름의 달짝지근한 콩코드(Concord) 와인이다. 연간 100만 케이스 이상을 생산할 정도로 인기 있는데 마니슈위츠가 코셔 와인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된 이유는 한 세기전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들이 이곳서 잘 자라고 있는 콩코드 포도 품종을 이용해 달고 마시기 쉬운 와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코셔 와인 하면 달짝지근한 와인이란 등식이 성립되어 와인애호가들에게 코셔 와인은 질 좋은 와인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따라서 맛보다는 건강상의 이유로 찾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셔 와인에 대해 무지하기도 하고 무관심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코셔 와인도 테크닉이 발달하고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사용하면서 요즘은 일반 와인들과 다를 바 없는 세련된 맛을 내고 있다. 특히 백포도주보다는 적포도주가 더 품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데 백포도주의 경우 리즐링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오크향이 짙어 싸구려 맛이 나는 반면 적포도주는 대체로 깨끗하고 단순하며 쉬운 맛을 낸다.
이처럼 코셔 와인은 지역이나 품종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과 방법과 재료로 구별되므로 유대인들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 남아공 등 전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다. 대개는 저가의 와인이 많지만 나파 밸리의 코브넌트(Covenant) 카버네 소비뇽(75달러)나 프랑스의 로랑 페리에(Laurent Perrier) 샴페인 같은 것은 우수한 품질의 고가 와인들이다.



대표적인 코셔 와인 중 하나인 헤르조그 카버네 소비뇽.


■ 생산지와 이름

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코셔 와인들의 이름과 생산지는 다음과 같다.
▲Golan Heights(이스라엘) ▲Yardon(이스라엘) ▲Barkan(이스라엘) ▲Segal(이스라엘) ▲Hagefen(나파 밸리) ▲Covenant(나파 밸리) ▲Kiddush Hashem Cellars(샌타바바라) ▲Herzog(미국) ▲Chateau Giscours(프랑스)▲Verbau(프랑스) ▲Laurent Perrier(프랑스) ▲Manischewitz(미국) ▲Ramon Cardova(스페인)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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