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주헌 박사의 교육칼럼

2005-06-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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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부모들

원시 유목사회에선 사냥 잘하는 사람이, 서부시대엔 총 잘 쏘는 사람, 학교에선 공부 잘하는 학생, 사회에선 성공한(?) 사람, 라스베가스에선 도박 잘하는 이가 ‘머리 좋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이민1세들 대부분은 머리가 뛰어난 사람들일 것이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한 한인 아주머니. “What’s that?” 한마디로 어디에서든 무슨 음식이든 자기 먹고 싶은 대로 시켜 먹는다 현재 LA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 중 한 분.
미국 처음 도착한 날 사거리에 있는 남의 주유소에서 자리 펴고 유일한 이민 밑천이던 밍크담요를 팔기 시작했다. 연락받고 단속 나온 경찰에게 담요 한 장 더 팔고 자리 걷었단다.
완전히 다른 이질문화 속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마저 안되는 남의 나라에서 변변한 밑천도 없이 이만큼 살 수 있다는 것이 근면 성실로만 설명이 될까? 뛰어난 사회적응력, 즉 머리가 좋았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한인 부모들 자식들이 어릴 적부터 헌신적으로 잘해 준다. 모든 것을 부모가 알아서 다 해준다. 모든 것을 다주는 사랑, 무한대의 사랑, 한풀이 사랑 같다.
이런 부모들의 무분별한 애정과 지나친 허용 덕에 자식들은 언제나 자기 중심적이다.
원하는 모든 것들을 그 즉시 받아 왔고 참고 기다리는 훈련은 받아 본 적이 없다.
혼자 힘으로 극복한 경험이 없으니 조그마한 시련이나 좌절들에 쉽게 무너진다.
이러한 극단적인 자기본위적 자식들은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부모들의 애정 속에서 나약하고 심약한 인간들로 커 간다.
부모들의 처절한 생존경쟁은 그들에겐 수치스러움일 뿐이고, 그들의 근거 없는 우월감을 잘난 자식들의 훈장으로 보는 잘못된 부모됨을 고치지 않는 한 학교에서만 공부 잘하던 사회 탈락자들을 양산케 된다.
예절이나 도덕은 가르치지 않고 학교공부만 인생 최대 목표라고 키운 아이들이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함께 살아야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있을 리 없다.
사회에서의 성공에 필수적인 융통성이나 사회적응능력이 전혀 없이 커가는 아이들의 장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중년이 훌쩍 넘고 자녀들이 장성한 후에도 늙으신 부모님께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완전히 의존하며 살아가는 못자란 어른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고 있다.
우리 부모들이 바뀌어야한다. 고등학교만 졸업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부모에 감사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같은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똑똑한 사람보다는 염치있는 사람을,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자식으로 키워야 한다.
온갖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오직 자식교육에 목숨건 것 같은 부모, 피 땀 흘려 일하는 가게가 자식에게도 창피해서 보여 주지 않으려는 부모들과, 이민 1세인 부모들의 당연한 영어 억양이 창피하다고 친구들 앞에서 쉬쉬하는 아이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하자,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당당히 얘기하자. 더 이상 현금자동인출기 노릇은 하지 말자.
잘되면 자기 머리가 좋아서고, 못되면 부모 탓으로 돌리는 비뚤어진 자식으로 키워선 안된다.
그렇다. 우리 부모들은 애정을 갖되 냉철해야한다. 아이들의 독립심은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올바른 행동만을 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 허용하면서도 옳지 않은 상황에서는 과감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강한 신념을 가진 자신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 이다.

이주헌
<교육심리학 박사·행동수정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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